지난 봄.
오랜만에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사진에 내 모습이 많이 '찍히게' 되었다.
그동안 일상의 풍경사진만 많이 찍었는데, 내가 나온 나 중심의 사진을 '찍히고' 있자니 나는 오랜만에 표정에 신경 써야 했다.
한껏 웃어봤다.
타인의 카메라 프레임에 담길 나 자신을 의식해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나는 사진 속에 표현될 나 자신을 의식해 과할 정도로 한껏 미소 짓고 있지만
실제로 찍힌 내 모습을 보면 그렇게 과하지 않다는 거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아서 한껏, 많이 웃어본다.
오랜만에 보게 된 타인의 시선 속의 나.
나는 그 시선을 의식하며 사진에 찍힐수록 점점 더 활짝, 더 크게 웃었다.
그런 나 자신에 만족스러웠고, 그 모습이 괜찮게 느껴졌다.
그렇게 받아본 사진 속의 나도 마음에 들었다.
사진 속의 나를 보고 있자니 평소에는 왜 이렇게 활짝 웃고 살지 않나 싶다.
웃을 일도 없거니와,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굳이 이렇게 남들에게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와 사진을 찍을 기회도 많이 없어졌다.
여기저기 내 모습을 드러내며 사진을 찍고 싶지도 않았다.
우연히 타인이 찍은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발견하면 항상 한쪽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오른쪽 얼굴은 웃고 있는데 왼쪽 얼굴은 처져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다.
그래서 사진에 찍히는 것을 더 회피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억지로 웃고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은 그동안 남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이 그렇지 않은데 남을 위해 좋은 표정을 짓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번에 여행을 가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속의 내 모습을 오랜만에 보고 있자니
평소에도 의식적으로 왼쪽 입꼬리를 활짝 올려보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밝은 모습의 보기 좋은 나를 연출하려면 왼쪽 입꼬리도 의식적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나에게도, 내 일상에도, 내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
몇 년에 한 번씩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깨달음을 주는 사람들을 만난다.
아등바등 하지 말고 삶에 여유를 갖고 긍정적으로,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준다.
오랜만에 또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웃자. 나를 위해서.
웃음을 원동력 삼아 억지로라도 힘을 내보자. 나를 위해서.
읏~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