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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퓰러 Sep 11. 2022

점심을 빵으로 해결한다는 건

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

예전과 같으면 점심을 빵으로 해결한다는 건 내게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빵은 내게 끼니는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살다온 쁘띠쁘띠한 느낌의 마르고 예쁜 언니와 약속이 생겼다. 프랑스 언니는 고대에 있는 스타벅스 안에서 만나자고 했다. 고대에는 학교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붙어있었다. 당시에는 꽤나 혁신적으로 느껴졌다.


스타벅스에서 언니를 만났다.

내가 스타벅스에서 무얼 주문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밥은 이미 먹은 상태였고, 카페모카와 같이 아메리카노에서 무언가가 훨씬 많이 가미된 그 이상의 커피를 주문했을 것이다.   


프랑스 언니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며 크루아상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때 처음 보았다.

점심으로 크루아상 하나여도 되는 사람.

원래 얼굴도 예쁘고, 마른 몸매여서 무엇이든 잘 어울려 보였고, 게다가 외국어까지 잘하니 더욱 후광이 났던 언니가 점심으로 스타벅스에서 크루아상만 먹는 것을 보니 뭔가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떻게 해야 나도 언니처럼 크루아상 하나만 먹고도 만족할 수 있을까.


세월이 흘렀고, 직장인이 된 나는 아주 가끔 끼니를 빵으로 해결하거나, 때로는 거르기도 한다.

예전엔 꼬박꼬박 챙겨 먹었던 저녁을 일 때문에 거르는 일도 있다.


카페모카를 마시는 일은 거의 없다. 점심을 먹고 카페모카까지 먹으면 너무 부담스럽다. 가끔, 밥도 맛있게 먹고 디저트 카페에서 카페의 시그니처가 되는 화려한 음료를 주문하는 젊은 직원들을 보면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빵으로 끼니를 때울 때면, 크루아상 하나로는 부족하니 베이글에 치즈크림을 듬뿍 발라 일부러 든든하게 채우려고 할 때면, 그리고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가 아닌 빵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면, 늘 프랑스 언니를 생각한다. 이런 내모습, 식탐이 있는 젊은 누군가에게도 내가 프랑스 언니처럼 멋져 보일 수도 있을지 궁금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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