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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퓰러 Jan 29. 2023

나의 생존 필수품, 커피

마음의 위안

어른의 음료, 커피 


나는 태생적으로 잠이 참 많다.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았기에 남들과 동일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가 필요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커피를 마시는 것은 큰일 나는 것인 줄 알았어서 커피를 단 한 방울도 섭취하지 않았다. 대학을 가서도 커피는 한두 잔 정도 자판기에서 꺼내 마시는 수준이었고, 즐겨 마시지는 않았다. 일주일에 한잔 정도 마실까 말까였다.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취업을 준비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취업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공식품으로 나온 캔커피를 하루에 1~2잔 마셨다. 그 무렵,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같은 곳도 아주 가끔씩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 없는 학생이었기에 자주 가지는 않았다. 커피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된 것은 동생이 동업자와 학교 앞에 카페를 차린 이후부터다. 하지만 그때도 커피와 가까워졌을 뿐, 즐기지는 않았다.



커피가 준 고급스러운 경험 


본격적으로 커피에 입문하게 된 것은 잠깐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대학원을 다니면서부터가 아닐까 한다.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가 대중화된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커다란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실 때의 여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내가 뭔가 교양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미국 교환학생을 가서 교내에서, 혹은 동네에서 마셨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도 좋았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그 자체가 좋았다.  


캔커피와 자판기 커피만 팔던 학교에서도 스타벅스 느낌 나는 대용량의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화된 고급 커피에 적응하게 된 것 같다. 이후 싸고 달달한 자판기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일상의 생존 필수품이 된 커피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난 후로는 거의 매일 커피를 마셨다. 평소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많았던 내게 직장생활은 고역이었다. 게다가 수면 시간이 강제적으로 많이 줄게 되니 낮에 커피가 없으면 버틸 수가 없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생존을 위해 커피를 마셨다. 몇 달간 주말도 없이 4~5시간만 자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꽤 많았는데, 출근을 하며 지하철 안에서 부족한 잠을 열심히 채워봐도 잠자는 시간은 늘 부족했고, 그럴 때 내게 힘이 되어준 것은 커피였다. 당시에 직장인에게 점심 후 커피 한잔의 여유 찾기란 꽤나 추구하기 힘든 일이었다. 일에 치여 있던 선배들 사이에서 신입이었던 나는 점심이 되면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커피 한잔이라도 마셔보기 위해 애쓰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하루에 커피를 기본 2~4잔은 마시는 것 같다.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는 건 일상이 됐고, 점심 후의 커피는 이제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커피를 많이 마시다 보니 커피 초보 시절 즐겨 먹던 달달한 한 잔의 카페모카보다는 점점 다량의 아메리카노를 선호하게 됐다.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커피를 마시면 기운이 생기는 것 같다.

지친 회사 생활에는 활력이 되어 준다. 

집에는 얼마 전 네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고, 신기해서이기는 했지만 다섯 캡슐을 연달아 마셔 보기도 했다. 


커피 없이 못 사는 일상을 살다 보니 요즘은 커피 피로도도 느껴진다.  

주말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면 그 피로가 더 심해진다. 

그럴 때는 커피가 아닌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마시고 싶은 마음에 다른 음료를 기웃거려 본다. 

그런데 커피에 비하면 너무 비싸다. 그래서 결국 커피를 선택한다. 

  

이제 내게 커피는 휴식과는 반대되는 음식이 아닐까 한다. 오롯이 휴식을 취할 때는 커피가 필요 없지만 이동을 해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책이라도 읽을 때면 커피가 없으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휴식과 맞바꾼 시간, 그 시작의 커피 한잔은 마음의 위안을 준다. 커피는 생존 필수품으로 느껴질 만큼 소중한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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