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일하라니요?
대체 무슨 심보란 말인가
또로로롱 띠라땃다 따따다다
독일에 계시는 팀장님이 전화를 하셨다. 저녁에 오는 보이스톡은 열 중에 아홉은 업무 전화다. 손녀나 조카를 찾는 전화면 좋으련만.
사안 보고를 해야 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간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력을 알려달라는 말씀이셨다. 워낙에 기억력이 좋지 않은지라 진행 이력 정도만 우선 말씀드렸다. 혹여나 오늘(혹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닌지 여쭤보니 그건 아니다, 확인한 내용만 대략적으로 실장님께 보고 드린 뒤에 1월 초에 다시 보고 드리면 된다고 하셨다.
아이를 씻기러 가는 그 타이밍에 다시 또로로롱 띠라땃다 울리는 전화. 모르는 척하고 씻기러 들어갔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서 나오자마자 폰을 확인했다. 통화가 되지 않으니 톡으로 남겨주셨는데, 1월 초까지 시간 끌지 말고 월요일에 보고하라는 실장님 지시로 내용 확인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미안하지만 오늘내일은 푹 쉬고 월요일에 보고할 수 있도록 일정 개념의 이력만 정리해서 메일로 주면 나머지는 정리해서 보고하시겠다고 하시며 미안하다고.
덕분에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마음이 불편해졌고, 오늘 해치우고 푹 쉬자는 생각으로 노트북을 켜면서도 계속 꿍얼꿍얼했더랬다. 다음 주가 권장 휴무인걸 모르지 않으실 텐데 월요일에 바로 보고하라는 실장님의 심보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간 주고받았던 메일을 전달드리며 일정 베이스로 진행 이력을 정리해서 송부드렸고, 혹여나 질문이 나올까 싶어 전화드렸는데 점.심.시.간.
암튼 설명드리고 나니 추가로 궁금하신 거 있으면 월요일에 전화 주시겠다며 휴일에 일 시켜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래, 팀장님 때문에 떨어진 일이 아니지' 싶다가도 '월요일에도 휴가인데요?' 이 한 마디를 차마 뱉지 못하고 삼켰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