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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08. 2022

"지금 놀면서 돈 벌고 있는 거야"

단합 도모를 위해 허락받은 오피셜 먹고 놀기

워크샵 당일었다. 회사 근처인 줄 알았던 장소는 회사에서 30분은 더 가야 했다. 가는 방법을 미리 고민하지 않았던 터라 엉겁결에 셔틀파가 되었다. 팀장님 포함 3명이 회사 근처에서 만나 이동하는 일정으로 워크샵이 시작됐다. 아직도 사회생활이 어려운 늘근 시닙은 새벽부터 긴장 모드가 되었다. 회사를 12년째 다녀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회 생활력은 찐 퇴사할 때쯤 올라가려나.


"셔틀파는 음료 주문하세요."

단톡방에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물론 팀장님 만난 뒤에 톡을 확인해서 팀장님과 사이좋게 주문했다. 전 날 스타벅스 메뉴를 신나게 검색했으나 결론은 내지 못했다. 주문하러 가면서 캡처했던 메뉴들을 다시 보니 아이스자몽허니블랙티가 좋겠다 싶어서 정했다. 주문을 하려고 직원 앞에 섰는데 여름 한정 메뉴를 알리는 메뉴판에 그 메뉴가 느무 영롱하게 보여서 홀리듯 주문해버렸다. 그저 레몬티 같아서 별로라는 후기가 많았어도 먹어보고 싶었나 보다. 내 돈 주고는 사 먹지 않을 것 같은 메뉴라서 더욱. 그래, 한 번 먹어나 보자, 한정 판매.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서머 픽 시트러스 블렌디드, 외우라고 해도 못 외울 이름이다. '이거요' 했으니 주문했다 싶다. 남편에게 자랑한다고 한 장 찍었다. 그저 사진을 위한 사진이면서 말이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 중 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 시간에 스타벅스라니 이상하다. 사람들 표정도 하나 둘 관찰했다. 가만 보니 여기보단 우리 회사 부근 사람들 표정이 더 낫다. 그저 있는 대로 얘기했는데 팀장님과 책임님이 좋아하신다.


한참 마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의 장소로 이동을 해야 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은 남들과 역행이었다. 오늘은 뭐든 거꾸로인가 보다.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만. 이쪽이냐고 물어보신다. 누군가는 길을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잽싸게 찾아다. 지하철 잘 못 보고 타기 일쑤인 정신없는 아줌마가 길 안내를 시작했다. 찮다. 인천행을 천안행으로 여러 번 잘못 보고 탔던 걸 아는 사람은 여기에 없다. 두 분이 따라오신다. 무사히 임무를 완수했다. 좋았어, 키지 않았다.




미리 고른 영화를 시간에 따라 보러 간다. 앞으로 영화 고를 때는 상영 시간과 평점을 꼭 확인하련다. 회사에서는 대세를 따라갈 거다.


마블은 마블이다. 가볍게 보기 좋았다. 재미없거나 유치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평점 9.59에 빛나는 탑건과 비교해서 그렇고 마블에 세계관을 기대해서 그렇다. 마블을 볼 때는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게 제일이다. 아이언맨이 안녕을 고하면서 마블에 대한 내 기대도 없어졌다. 쿠키 영상이 몇 개 있는지만 확인하고 가면 푹 즐길 수 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바베큐 파티다. 에어컨이 있다고 해서 모두들 기대했는데 고기를 구울 때는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삼겹살은 매우 맛있었다. 물놀이장도 있어서 아이들 데리고 한 번 와야겠다.


서로의 술잔을 챙기며 웃고 떠들었다. "지금 놀면서 돈 벌고 있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그렇다. 공식적으로 허락받은 먹고 노는 날이었다. 단합 도모라는 이름하에 말이다. 고맙다. 참 좋은 세대에 태어났고 좋은 제도가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아빠 세대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고 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그림의 떡인 곳도 많을 테지.



팀원들이 입을 모아 재미있다고 했던 <탑건>은 주말에 엄마랑 봐야겠다. 영화를 보는 일이 드문 엄마를 잘 설득해서 모시고 가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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