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에게 예쁘다고 했던 기억이 없다.적어도 내 기억은 그렇다. 실제로 엄마가 내게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딸 키우면서 그런 얘기를 안 했겠냐마는 기억에 없는 걸 보면 아주 어렸을 때만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엄마가 30년 만에 내게 예쁘다고 했다.
엄마네서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동생이 엄마한테 '언니 살 많이 빠졌다'고 얘기했는데 심드렁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정하며 되려 되물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엄마를 너무 잘 알면서도 속상하고 서운하긴 했나 보다. 원래도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럴 줄 알았지'하고 넘겨보려 했을지도 모르겠다.인정의 벽은 동생보다 엄마가 훨씬 매우 높았다. 하루 이틀도 아니라서 그러려니 할 때가 많다.연말쯤일이었을 거다.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어린이집 부모 참여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엄마네로 내려왔다. 아이 한 명 기준으로 프로그램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크다와 작다 둘을 데리고 하려니 당연히 빠듯했다. 선생님이 도와주시기도 했지만 저마다 역할이 있어서 손길이 크진 않았다. 그래도 덕분에 급한 불은 껐다.감사했다.
두 시간 가까에 운전하고 내려오면서 피곤했다. 남편이 전 날 회식하고 늦게 오는 바람에 신경질이 나서 더 그랬다. 단순히 늦게만 왔던 게 아니었다. 그렇게 꽉 막히진 않았다. 아니다, 솔직해지자. 사실 남편 회식에 대해서는 예민하긴 하다. 연락이 잘 되고 집에 문제없이 잘 들어오면 그나마 낫다. 아닌 경우는 화가 난다, 어김없이. 어제도 그랬고.
여튼 때꾼한 얼굴로 엄마네 도착했다. 마주 앉아서 엄마랑 얘기를 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예뻐졌다고 했다. "엄마, 이건 피곤한 얼굴이야."라고 말했다. 내 피곤함과 상관없이 이제야 엄마 눈에는 딸이 예쁘게 보였나. 이 정도는 빠져야 티가 나나보다. 지금은 연말보다 5kg 정도 더 빠져서 원래보다 10kg 정도 빠진 상태다. 인정의 벽이 이렇게나 높았단 말인가. 예상은 했지만 새삼 놀랍다. 역시 장여사는 장여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늦은 점심을 얼마나 신나게 먹었는지 속이 놀랜 정도였다. 덕분에 저녁은 또 살포시 넘겼다. 오늘은 얼마나 집어넣게 되려나. 자중해보겠지만 엄마 밥이 참아질까 싶다.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