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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09. 2022

엄마가 30년 만에 예쁘다고 했다

엄마가 나에게 예쁘다고 했던 기억이 없다. 적어도 내 기억은 그렇다. 실제로 엄마가 내게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딸 키우면서 그런 얘기를 안 했겠냐마는 기억에 없는 걸 보면 아주 어렸을 때만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엄마가 30년 만에 내게 예쁘다고 했다.



엄마네서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동생이 엄마한테 '언니 살 많이 빠졌다'고 얘기했는데 심드렁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정하며 되려 되물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엄마를 너무 잘 알면서도 속상하고 서운하긴 했나 보다. 래도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럴 줄 알았지'하고 넘겨보려 했을지도 르겠다. 인정의 벽은 동생보다 엄마가 훨씬 매우 높. 하루 이틀도 아니라서 그러려니 할 때가 많다. 연말쯤 일이었을 거다.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어린이집 부모 참여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엄마네로 내려왔다. 아이 한 명 기준으로 프로그램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크다와 작다 둘을 데리고 하려니 당연히 빠듯했다. 선생님이 도와주시기도 했지만 저마다 역할이 있어서 손길이 크진 않았다. 그래도 덕분에 급한 불은 껐다. 감사했다.


두 시간 가까에 운전하고 내려오면서 피곤했다. 남편이 전 날 회식하고 늦게 오는 바람에 신경질이 나서 더 그랬다. 단순늦게만 왔던 게 아니었다. 그렇게 꽉 막히진 않았다. 니다, 솔직해지자. 사실 남편 회식에 대해서는 예민하긴 하다. 연락이 잘 되고 집에 문제없이 잘 들어오면 그나마 낫다. 아닌 경우는 화가 난다, 어김없이. 어제도 그랬고.


여튼 때꾼한 얼굴로 엄마네 도착했다. 마주 앉아서 엄마랑 얘기를 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예뻐졌 했다. "엄마, 이건 곤한 얼굴이야."라고 말했다. 피곤함과 상관없이 이제야 엄마 눈에는 딸이 예쁘게 보였나. 이 정도는 빠져야 티가 나나보다. 지금은 연말보다 5kg 정도 더 빠져서 원래보다 10kg 정도 빠진 상태다. 인정의 벽이 이렇게나 높았단 말인가. 예상은 했지만 새삼 놀랍다. 역시 장여사는 장여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늦은 점심을 얼마나 신나게 먹었는지 속이 놀랜 정도였다. 덕분에 저녁은 또 살포시 넘겼다. 오늘은 얼마나 집어넣게 되려나. 자중해겠지만 엄마 밥이 참아질까 싶다.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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