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쓰담 Jul 10. 2022

팔랑귀 덕분에 효도했다

엄마한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엄마랑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마침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다. 영화 취향은 모르겠만 다들 재밌다길래 같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얘기를 꺼냈다. '흔쾌히'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엄마랑 영화를 러 가게 됐다. 대체 얼마 만에 보내는 시간일까.


영화를 4D로 보면 재미있다고 들었는데 엄마네 동네는 없었다. 아쉬운 대로 스크린 큰 영화관을 았다. 차가 없었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싶었다. 후다닥 예매를 했는데 막내가 그 영화관은 의자가 꾸지다며 되려 가까이에 있는 영화관이 낫단다. 팔랑귀는 망설이지 않고 표를 바꿨다. 팔랑팔랑.


리클라이너가 있는 영화관은 처음이었다. 자리가 편하긴 했다. 엄마는 영화 시작하기 전에 몇 번이나 의자가 참 좋다고 했다. 팔랑귀 덕분에 (정확히는 막내 덕분에) 효도한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여기가 우리 자리가 아니었다. 한 줄 뒤라고 했다. 자리를 찾아 다시 앉았다. 하필 앞에 앉은 사람이 앉은키가 컸다. 신경은 쓰였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돼서 괜찮았다. 다음엔 잘 앉아야지. 아하하하.


엄마가 잘 보는지 한 번씩 살펴봤는데 괜찮은 것 같았다. 초반에 슬쩍슬쩍 보다가 영화 중반부터는 집중해서 봤다. 재미있었다. 톰 크루즈는 역시였다. 엄마의 평은 '졸진 않겠네'였다. 엄마다운 평이다.


앞으로 엄마랑 영화를 몇 번이나 더 보게 될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드니 엄마네 근처에 사는 친구가 부러워졌다. 물론 엄마하고 성향이 맞진 않는다. 엄마가 시어머니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엄마랑 동생이랑 벌써 몇 번을 얘기했는지 모른다. 그런 엄마여도 늙어간다고 생각하니 이런 시간이 아쉽고 소중하다. 엄마가 천천히 나이 들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녁을 위해 복숭아를 참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