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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10. 2022

스타벅스도 실수를 한다

"회사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어?" 남편이 물었다. 길만 건너면 바로 있다고 얘기했더니 기프티콘이 가득한 선물함을 보여주며 쿠폰을 써달라고 한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몇 개 주냐고 물어보길래 다 라고 했다. 쓰고 나서 썼다고 얘기할 테니 일단은 다 내놓으라고 했다.



오랜만에 엄마네 왔다. 엄마하고 아이들하고 동네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집에 들어가는 길에 문득 엄마한테 고오급진 커피를 사드리고 싶어졌다. 마침 막내도 집에 왔다길래 스타벅스 DT에 갔다. 각자의 취향을 반영해 라떼, 밀크티, 딸기요거트, 바닐라라떼를 주문했다. 직원분이 음료를 주시며 빨대가 꽂힌 칸이 바닐라라떼라고 말씀해주셨다. 옆자리에 앉은 엄마에게 건네며 말을 전달했다. 요거트 말고는 색이 비슷해서 확인을 했어야 했다.


한 잔은 밀크티, 한 잔은 라떼라서 나머지 한 잔을 막내에게 줬다. 당연히 바닐라라떼라고 생각했다. 한 입 마셔보더니 아니라고 했다. 이상다. 컵에 붙여진 스티커를 보니 너무도 명확하게 '라떼'라고 쓰여있었다. 라떼가 두 잔이다. 주문을 잘 못 했나. 아니다. 분명히 어떤 게 바닐라라떼인지 얘기도 들었고 엄마한테 전달도 했다. 이상하다, 뭐지.


기프티콘으로 결제해서인지 앱에 영수증이 나오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의를 남겼다. 라벨 사진도 찍어서 올렸다. 다음 날 답변이 왔다. 쿠폰과 함께.


시럽 펌핑이 들어가지 않았다기엔 컵에는 너무도 정확하게 '라떼'라고 적혀 있었다. 답변 아래에는 평가란이 있었다. 늘 그랬듯이 점을 드려버렸다. 신속하지도 더욱이 정확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습관이 참 무섭다. 신중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어쨌든 덕분에 쿠폰이 하나 더 생겼다. 유효기간이 두 달이라서 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여유 있게 쓸 수 있겠다. 남편 쿠폰도 아직 남아 있어서 부자가 된 듯 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스타벅스가 한 실수라니 황당했지만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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