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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11. 2022

10킬로를 빼고 달라진 것들

둘째를 낳고 옷 정리를 한 번 했던 적이 있다. 남편은 그냥 버리자고 했는데 굳이 한 번씩 입어 보고 결정하겠다고 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그날 얼마나 울게 될지.


처음에 한 두 벌은 괜찮았다. 그렇게 세 벌, 네 벌이 넘어가니까 점점 속상해졌다. 바닥에 옷이 쌓였고 그 더미 위에서 엉엉 울었다. 아주 엉엉 울었다. 옷장이 텅 비었다. 남편이 옷을 사러 가자고 했다. 옷에 몸을 맞출게 아니라 몸에 옷을 맞추면 된다고. 신나지 않았다. 기운이 나지 않았다. 울적했다.



어쩌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은 했다. 그땐 뭐든 해보자 싶었나 보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빠지는 게 보였다. 전에 맞지 않던 옷들이 맞기 시작했다. 옷도 숨을 쉴 수 있어졌다. 어딜 가도 덜 부담된다. 밖에 나가면 이제는 눈에 옷이 들어올 때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엉덩이가 가벼워졌다는 거다. 전에는 뭐가 필요하거나 일이 있으면 남편을 찾기 바빴는데 이제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먼저 움직일 때도 있다. 물론 디션는 변수가 있기는 하다.


남편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달라졌다고 생각하려나, 아니려나.

문득 궁금해다.



30년 만에 엄마가 예쁘다고도 했다. 인정의 벽이 높기로 소문난 (물론 자식들 사이에서) 장여사가 예뻐졌다는 말을 네다섯 번은 했다. 궁디팡팡을 해줘 가며. 엄마는 칭찬이 참 인색한 아지매인데 궁디팡팡이라니. 낯설고도 간지러운 경험이었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보다 기초대사량이 올라가는 겨울이 다이어트하기 좋다고 한다. 그땐 몰랐지만 당시에 다이어트를 10월 시작했다. 슬프게도 여자는 월경 주기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끝나고 일주일이 가장 살이 잘 빠지는 기간이라고 한다. 호르몬 장난질에 화도 나지만 잘 맞춰보는 수밖에.


처음 목표했던 체중까지 앞으로 2kg 정도 남았다. 많이 해이해졌지만 놓지 않고 가고 있음에 스스로 칭찬해본다. 여기까지 6월 초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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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네 내려와서 4일 동안 다시 1kg가 쪘다. 체중이 조금 내려가서 1.5kg 남았었는데 신나게 먹었더니 다시 2.5kg 남아버렸다. 예상은 했다. 집에 돌아가면 이틀은 해독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젯밤에 무항생제 삶은 계란과 방울토마토를 샀다. 오늘 아침에 도착했으니 내일부터 하면 된다. 얼마 만에 해독기인지 모르겠다. 필요한 순간들이 있었는데 눈감았었다. 얼마 남지 않은 목표를 오래 끌고 가고 싶지 않단 생각에 일단 계획을 세웠다. 부디 흔들리지 않고 해독기를 잘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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