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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18. 2022

"잠깐 내려올 수 있어?"라는 말에

외출하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아이들이 차 안에서 모두 잠들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다녀서 피곤했나. 주차를 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 둘을 한 번에 깨워서 데리고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아마도 작다는 잠이 덜 깨서 안겨갈 거다. 크다는 대체로 잘 일어나긴 하지만 가끔 피곤하면 짜증을 엄청 내며 결국은 안겨 올라간다. 이래도 저래도 혼자서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물었다. “잠깐 내려올 수 있어?"

"응, 기다려."


한 마디였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알겠어’, ‘그럴게’, ‘어디야’가 아니라 ‘기다려’였다. ... '기다려'?


‘기다려’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자주 쓰는 말이다. 내가 물은 말에 남편은 ‘기다려’로 답한 것이다. 왜였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내려왔다. 결국 답을 얻지 못하고 아이들을 깨워 올라갔다. 자다 깨서 기분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한 명씩 들춰매고. 남편은 왜 그렇게 말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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