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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12. 2022

아이가 아프다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끊어져서 다시 걸었다. 일과 시간에 어떻게 지냈는지 걸려온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이가 열이 난다고 했다. 38.4도이고 아이가 조금 가라앉았다고. 남편도 나도 바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해열제 투약을 부탁드렸고 하원 전까지 원에서 살펴봐 달라고 말씀드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한 시간 반 뒤에 문자가 왔다. 걱정하실 것 같아 문자로 연락드린다며 아이는 지금 38도이고 아까 가장 높았던 39도보다는 열이 1도 내렸다고 했다. 낮잠은 잘 자고 일어났는데 많이 지쳐 보여서 지금은 선생님께 안겨 있다고도 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먹은 해열제 종류와 시간을 확인해야 해서 알림장으로 연락을 드렸다. 해열제 사진과 함께 답을 주시며 아이가 속이 안 좋아 토할 것 같다고 표현하여 조치하고 계시다고 했다. 오늘 점심에 나온 만둣국을 먹겠다고 해서 씹어 먹다가 뱉었다고 했다. 게워낸 건 아니지만 혹시 몰라서 말씀드린다며 얘기해주셨다. 하원하고 나서 계속 살펴보겠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손발이 묶인 것 같아 답답했다. 지금 당장 집으로 올라간다 해도 이미 하원 시간이 지났을 시간이라 하원하기 전까지만 그저 조금만 더 살펴봐달라고 부탁드리는 수밖에 없는 마음이 미어졌다.


남편도 당장은 못 가지만 최대한 빨리 가보겠다고 했다. 등원한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이 올 때마다 많은 고민을 한다. 아픈 아이를 바로 데리고 오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고 아픈 아이를 그대로 둘 수밖에 없는 엄마라서 미안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한 번도 아프지 않을 수는 없다. 아프면서 큰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아이를 안아주지 못하는 사실에 한없이 미안하고 한없이 죄스럽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두렵다고 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있을 수도 없다.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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