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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12. 2022

6시 전원 기상

평소처럼 5시에 눈이 떠졌다. 누워서 고민을 했다. 아이들 옆에서 뒹굴거리다 일어날까 아님 일어나서 미뤄놨던 숙제를 할까. 미루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 본다. 오늘부터 이틀 동안은 해독기 시작인데 준비가 미흡하다. 일단 준비부터. 아침에 한 시간은 오롯이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다 읽지 못한 책을 폈다. 집중해서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속도를 내보자. 몇 장이나 봤으려나. 인기척이 들린다. 고개를 들었다. 크다가 눈을 비비며 "엄마"하고 나온다. 아직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리 크다 벌써 일어났어?"

꼭 안아주는 틈 사이로 아이가 말한다.

"엄마 보고 싶었어요."

아이에게 엄마의 부재가 컸나 보다.

"엄마랑 함께하는 추억이 좋아요."

꼭 안겨 있던 아이가 덧붙여 얘기한다. 같이 있는 지금이 좋다는 의미로 얘기한 것 같다.


크다가 느무 일찍 일어나서 조금 더 재워야 했다.

"더 코 자야 해. 들어가자." 잘 생각이 없나 보다. 결국 들어가서 침대에 같이 누웠다. 뒹굴거리며 토닥하고 있으니 작다도 깼다. 일어나자마자 엄마가 있는지 확인다. 눈이 마주쳤다.

"엄마 회사 가지 마. 엄마랑 같이 있을 거야."

약간 성이 났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말한다. 이마에 짚어보니 아직 뜨끈하다.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파서 더 엄마를 찾나 보다. 미안한 마음에 그저 꼭 안아주었다. "그래, 엄마도 작다랑 있고 싶어."



아이들을 재울 생각에 팔베개를 한 명씩 하고는 토닥였는데 눈이 점점 더 말똥해진다. 기분 탓인가. 결국 6시에 전원 기상했다. 세상에.


크다가 ABC에그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눈도 못 뜨면서 아직 안 된다고만 한다. 크다에게 패드를 가지고 오라고 소곤거렸다. 신났다.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쉿'했다. 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하라고 손짓했다. 신나서 거실로 뛰어간다. 거실에서 크다가 ABC에그하는 소리가 안방까지 들린다. 해열제 먹고 안겨있던 작다가 이 소리가 뭔지 가보겠다고 한다. 남편이 이 때다 싶었는지 아빠랑 가자 했는데 '엄마!'하며 매몰차게 거절을 당했다. 엄마의 부재와 아이의 아픔이 더해진 상황에서 누가 봐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아이들이 신나게 하는 모습을 보다가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했다. 작다가 "엄마 회사 가지 마!"하면서도 ABC에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이들 울리지 않고 출근길에 나섰다. 아침 공기가 좋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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