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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18. 2022

“지금이 제일 수줍으세요“

매주 개발사와 회의가 있다. 지난주는 같이 일하는 채김님이 리프레시 휴가 중이셨다. 고로 그날은 홀로 회의에 들어가야 했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를 혼자 들어가야 했던 적이 있었다. 익숙해지긴 했나 보다. 그때보다 두렵고 떨리진 않았다. 걱정이 안 됐다는 말은 아니다.


개발사에 확인할 숙제들을 챙겼다. 생각날 때마다 수첩에 하나씩 적어뒀다. 금세 두 바닥을 채웠다. 준비를 끝냈다. 벌써 회의실 예약한 시간이 10분 남았다. 입실 처리를 해뒀다. 시간을 놓쳐서 예약이 취소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아직 회의가 끝나지 않은 앞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릴 수도 있다. 사실 이걸 노렸다. 예약이 치열해서 어쩔 수 없다.


노트북과 마우스 그리고 수첩과 볼펜을 챙겼다. 회의실에 들어섰다. 개발사는 다섯 분이 오셨다. 나홀로 참석 외에는 여느 때와 다른 건 없었다. 괜찮다. 정확하게는 우리 팀원이 없는 거지 우리 편이긴 하다. 다들 같은 생각이겠지?



개발사 분들이 마주 앉았다. 다섯 분 모두 그랬다. 순간 5:1 면접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앉아야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누군가 말했다.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 지금이 제일 수줍으세요."


맞다, 한껏 작아졌다고 되받아쳤다. 한바탕 웃었다. 뒤늦게 한 분이 오셨다. 다들 입을 모아 내 옆에 앉으라고 했다. 같은 방향에 앉아는 주셨다. 하하. 회의는 나름대로 순조로웠다. 이따금씩 삐걱댔고 채김님의 빈자리도 느껴지긴 했지만 말이다.



채김님이 복귀하신다. 고로 어린이날은 끝났다. 아쉽지 않은 건 아니지만 반가움과 안도감이 앞선다. 생각보다 더 믿고 의지하며 지내고 있나 보다. 복귀하시면 그간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리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들을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숙제가 있는 월요일이라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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