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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30. 2022

"됐어요, 그만 오세요"

3년 전 이맘때였다. 소아과에서 진료를 보던 중에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고 했다. 같은 병원에 대표 원장님께 진료를 다시 봤다. 못 미더워서가 아니라 믿고 싶지 않아서였다. 두 분은 같은 의견이었다.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괜찮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오라는 말과 함께였다. 덕분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으나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겁이 났다. 걱정이 됐다. 아주 많이.




학병원에 남편과 함께 아기띠에 둘째를 대롱대롱 매달고 갔다. 첫째 크다는 분위기가 무언가 다름을 인지했는지 평소와 달랐다. 아가들도 눈치가 있다.


두 돌 조금 더 지나서 갔었기에 검사를 위해 크다를 재워야 했다. 주사기 같은 약통에 약을 가져오셨다. 크다가 저항을 했다. 말도 못 하는 아이가 온몸으로 무섭다고 표현하는 듯했다. 남편이 아이를 붙잡고 겨우 약을 먹일 수 있었다. 잠드는 듯했으나 이내 깨어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약을 이겨냈다. 아이가 긴장을 많이 하면 이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약을 다시 먹여야 했다. 크다는 이번에도 온몸으로 거부하다 금세 힘 없이 잠들었다.



"구멍이 있긴 하네요."

심장초음파를 하다 선생님이 말했다. 통상적으로 들리는 문제없는 잡음인데 다른 위치에서 구멍이 보인다고 했다. 크면서 없어지기도 하는데 일단은 추적 검사를 하자고 했다. 앞이 깜했다.



소아과를 하는 남편 친구아이가 잘 먹고 놀면 괜찮다고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단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남편도 많이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추적 검사를 기다리는 3년 동안 가끔씩 생각나서 걱정이 되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니 괜찮을 거라며 스스로 다독였다.



드디어 검사하는 날이었다. 아무 말없이 검사만 하셔서 무서웠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막혔어요. 됐어요, 그만 오세요."

순간 긴장이 풀렸다. 감사하단 인사를 연달아했다. 크다에게 그저 검사만 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씩씩하게 잘 받고 오자여러 번 얘기하면서도 정작 긴장은 내가 했었나 보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크다를 안고 장난치며 가는 남편에게서 안도감이 느껴진다. 평소보다 더 크게 웃고 더 익살스럽게 장난을 친다.


날이 눈부시다. 선생님의 한 마디가 우리 모두를 웃게 했다. 건강하게 잘 자라 주는 아이가 고맙다. 살면서 걱정할 일은 한 번씩 생기겠지만 이번 일은 무사히 잘 넘어갔음에 감사하다.


동네 소아과 선생님께도 소식을 전해야겠다. 추적 검사하러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결과 알려달라고 하셨었다. 괜찮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했던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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