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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ug 07. 2022

"언니, 우리 엄마 아빠 된 거 아닐까?"

"'따뜻해' 할 사람?"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우리는 건조기에서 바로 꺼내서 따뜻하고 뽀송한 상태를 '따뜻해'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빨래 더미 위에 눕거나 수건 한 두 장을 덮는 것을 좋아한다.


따뜻함이 살짝 가시면 아이들과 짝 찾기를 한다. 아이들이 수건은 수건끼리 모으고 양말 짝을 찾아 준다. 나라도 먼저 찾으려는 모습이 매우 귀엽다. 가끔은 둘째 작다가 남편 팬티를 입으려 애쓴다. 질색팔색 하며 그건 안 된다고 말린다. 다행히 오늘은 양말이다. 작다가 남편 양말을 집어 들고는 발과 다리를 올려서 신는다. 크다는 내 양말이다. 작다가 신으니 무릎 아래까지 덮다.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작다가 크다에게 말했다.

"언니, 리 엄마 아빠 된 거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양말 신고 신나서 파닥파닥 거리더니 바닥에 철푸덕 자빠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한참을 놀더니 목이 말랐는지 식탁 위에 있던 생수병을 가져와서 열어달란. 크다가 마시는데 작다도 마시겠다고 했다. 그러자 첫째 크다가 둘째 작다를 먹여준다. 둘의 모습에 꽤나 흐뭇했다. 6살이 동생에게 물을 먹여준단 생각을 했다는 것도 기특했고 먹여주는 모습을 눈앞에서 1열로 직관하니 감격스러웠다.


아이들이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나 좋고 예쁘다. 가는 시간을 막을 순 없을 테니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 많이 아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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