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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ug 16. 2022

익숙한 출퇴근길에 다시 적응하기

연휴 후유증에 대하여

일어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원래 긴장을 하면 재깍 일어나기도 하고 자다가도 두세 시간에 한 번씩은 깨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달에 한 번 오는 그분도 오셔서 잠을 푹 잘래야 잘 수가 없는 날이었다.


혹시나 알람을 껐을까 싶어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확인을 했다. 예전에 알람을 다시 켜지 않아서 본의 아니게 재택을 했던 적이 있어서였다. 물론 이직 전 일이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절 재택에 있어서는 무적이었다. 코로나가 심할 때는 주 5일 재택을 하기도 했다. 예전 팀장님은 일만 되면 전혀 상관없다고 하셨었다. 재택을 하는 날에는 출근한 날보다 훨씬 더 많이 일했다. 출근하면 물리적으로 일을 끊고 나와야 했지만 재택은 그게 되지 않았다.


최근에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예전 실장님은 내가 재택 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셨다고 들었다. 초점이 '나'인지 '재택'인지는 모르겠만 말이다. 몰랐던 편이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 이미 들어버렸고 이제와 뭐 어쩌겠는가. 당시엔 할 만큼 했고 버틸 만큼 버텼다. 싫으면 싫다고 직접 말씀하시지 이제와 돌려 듣게 된 건 대체 뭐야아.


일을 제대로 했고 성과도 나름 인정받았으니 당시 실에서 추천했던 여성 인재 후보 올렸 것이다. 70명 조금 안 되는 인원이었고 여직원이 현저하게 적었지만 그중 한 명은 입사해서 년 넘게 여기 일만 한 사람이었고 다른 한 분은 늦게 합류했지만 학벌도 좋고 영어도 뛰어나서 눈에 띄었던 분이다. 그분들보다 우선 되었다는 건 인정받았 거였다. 동시에 나를 갉아먹갈아 넣었다는 방증다. 자랑할 일은 아니었지만 엄마한테 한 번 써먹었다. 자식 자랑하는 낙으로 사는 엄마는 좋아했다. 물론 과정까지 세세하게는 모르신다. 차라리 그게 낫다. 연휴 후유증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네.


어쨌든 탈출해서 지금은 정시에 퇴근을 할 수 있는 곳에서 감사하며 다니고 있다. 광복절 연휴가 끝 출근했다 퇴근하려니 몸이 알아서 절로 피곤하다. 퇴근 셔틀에 올라 그저 눈만 감고 있으려고 했는데 다짐이 무색했다. 맨 앞에서 아주 신나게 헤드뱅잉 하며 요란하게 자버렸다. 부끄러워도 꿀잠이었다. 몸이 개붓했다. 잠에서 덜 깬 채로 곧 내려야 함을 알았을 땐 몸이 무거워서 내릴 수 있겠나 싶었는데 집에 오고 나니 피곤이 가셨다. 간만에 출근이라서 몸도 놀랬나 보다. 꿀잠 덕분에 이겨낸 듯하고.



퇴근하는 길에 마주한 하늘이 좋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그 시간에 하늘이 마냥 좋다. 어우러지고 물드는 그 시간이 좋다. 덥지 않아 잠깐 앉아있기도 좋은 날이다. 쉽지만 이만 다다가 있는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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