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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ug 11. 2022

회식하고 가는 길에 받는 10원에 기부니가 좋다

팀에 새로운 분들이 오셨다. 번개라고는 하셨지만 환영회 겸 회식이 미리 공지되었다. 며칠 동안 계속 비가 와서 계속 미뤄졌던 번개 회식을 한다고 했다. 참여도가 생각보다 저조했다. 다다가 모기에 물려 팅팅 부어서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불참한다 말을 꺼냈다가 뒷 셔틀을 타고 가도 되겠단 생각이 들어서 가겠다며 손을 들었다. 그저 가볍게 저녁을 먹고 가도 될 것 같단 생각에서였다.


메뉴도 미리 공지되지 않았다. 번개로만 모이자며 날짜도 메뉴도 알려주지 않으셨다. 메뉴가 뭔지도 모르고 따라나섰다. 맛집 추천에 있어 믿어 의심치 않는 채김님이 추천했다고 했다. 고기는 못 참지.


오랜만에 먹는 고기 그리고 맥주. 고기도 맛있었고 맥주는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대세가 소주여서 아쉬웠지만 그 누구도 소주를 권하지 않아 좋았다. 술을 먹이지도 않고 각자의 페이스대로 놀고 먹는 분위기가 좋았다. 고기가 맛있었으니 말 다 했지.



분위기를 이어 2차로 향했다. 인테리어가 색다른 집으로 이동했는데 생각지 않게 위기를 맞이했다. 범맥주라는 곳이었는데 젊은이들이 헌팅을 하는 가게라고 했다. 이런 가게가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던 곳에 와버렸다. 생각보다 맛이 별로였는데 맛집 전도사 채김님이 메뉴에도 없는 고기 추가를 주문하며 살렸다. 팀장님은 창피하다며 말리라고 하셨지만 덕분에 매우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었다.


아뿔싸, 자리를 잘 못 잡았다. 30대에서 50대로 가득한 유부 모임이 무리 지어 그것도 느무 입구에 앉아버렸다. 그마저도 우리가 개시 손님이었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아가들이었고 청춘들이었다. 어느 정도 마시고 우리는 빠져줘야 했다. 뒤늦게 주문한 튀김을 취소해도 되냐고 물어보러 갔는데 메뉴 이름까지만 얘기했는데 바로 취소해 주겠다고 했다. 가게에서도 얼른 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미안해, 줌마 아저씨들이 물을 느무 흐렸나 보다.



대부분 인사를 하며 헤어졌고 일부만 3차를 하러 가는 듯했다. 잠시 고민했지만 집에 가기로 했다. 지금 가면 아이들 잠들기 전에는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이번 주 내내 늦던 남편이 회식이란 말에 서둘러 일을 마치고 가줬다. 고맙고 미안했다. 모두들 헤어지고 홀로 가는 지하철에서 걷기로 한 시간이라며 포인트를 받으라는 토스 알림이 왔다. 오늘 5천보는 걸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놓칠뻔한 10원을 받으니 기부니가 절로 좋아졌다.


토스 앱에서 만보기 기능을 켜면 1천보 걷고 10원, 5천보를 걸으면 추가로 10원을 더 준다. 1만보는 20원을 더 준다. 오늘은 오랜만에 1만보를 채울 것 같다. 한동안 채우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 채울 수 있겠다. 잘 안 마시던 술을 분위기에 취해 평소보다 많이 마셨다. 속이 살짝 울렁이지만 그냥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을 거라고 생각이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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