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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Sep 13. 2022

여기도 사람 있습니다만

회의를 마쳤다. 오늘도 셔틀은 놓쳤다. 뒷 셔틀을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면서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벌써 많이들 퇴근해서 우리 팀에 앞 팀에 옆 팀에 두어 명 정도씩만 앉아 있었다.


"요즘 TF가 많이 바쁜가 보지?"

담당님이 불쑥 나오시더니 내 앞에 앉은 팀원에게 말을 건네셨다. 담당님 방에도 불이 켜져 있었는데 아직 계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내 뒤를 지나서 옆 팀으로 가시더니 남은 둘의 이름을 부르시고한 마디를 하셨다. 이어 저어기 앞 팀에 가셔서 다한 마디를 하신다. 고로 나만 건너뛰셨다.


투명인간이 되었다 싶어서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시끌시끌하다. 거기에 오오후 삐그덕 보고를 했다. 그래서 그러려니 하며 모른 체 지나가셨던 걸까. 이긴 했을 텐데.


미움받고 있는 건가 싶다가 '그럼 뭐 어때' 싶어서 정리를 마저 하고 나왔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예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히려 싫어할 수도 있다. 별 수 없다. 사람 마음은 원래 이유가 없는 거니까. 이렇게 대놓고 없는 사람 취급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긴 했다.


"담당님은 왜 퇴근 안 하세요?"하고 말을 붙였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 정도의 넉살은 아니기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 보다 하며 넘겨본다. 서둘러 퇴근하고 싶어서 생각에 오래 담아둘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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