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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ug 23. 2022

수탉이 된 나무꾼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남편이 퇴근하고 오는 날은 남편은 아이들에게 잠자리 동화를 들려준다. 불을 꺼도 한 시간은 거뜬히 놀고 자는 아이들이라 조명 켜고 책을 읽는 일은 없다. 책은 주로 낮에 읽는다.


어느 날에 남편이 그랬다. 잠들기 전에 책 읽어주는 것에 대해 얘기하던 중이었던 듯하다. 생각해보면 하루 중에 아이들과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인데 그저 이야기하다가 장난치고 웃다가 잠들어도 좋지 않겠냐고 했다. 그 말에 동의했다. 아이들이 잠자기 전에는 오롯이 뒹굴거리는 시간이 되었다. 전에도 그랬지만 그 이후로 더더욱 말이다.



그날도 남편이 불을 끄고 누워서 말로 전래동화를 이야기하던 참이었다. 첫째 크다가 말했다.

"수탉이 된 나무꾼 들려주세요"


남편도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첫째 크다에게 되물어도 모르는 이야기임을 재확인할 뿐이었다. 크다는 그저 같은 제목만을 이야기했다.


"아빠가 아는 이야기는 이것인데 한 번 들어봐"

남편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같이 누워서 듣고 있다 보면 막히거나 버벅거리지 않고 말해서 신기할 때가 있다. 이야기를 듣더니 크다가 말했다. "제가 얘기한 게 그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탉이 된 나무꾼'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다음에는 어떤 제목을 다르게 말할지 제법 기대가 된다.


202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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