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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Sep 16. 2022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이 한 마디를 못했다. 면전에다 대고 대차게 얘기를 해줬어야 했다.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힌 순간에 채김님이 되었다며 말리셨다. 그래서 그만두었다.


이미 한 차례 언급이 되었던 이슈였고 수정된 걸 확인했었다. 문제를 언급했던 그는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았다며 오늘도 확인했다고 했다. 이슈에는 재현 경로라는 것이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되어야 하는 동작이라도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따라 이슈 재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해결된 걸 직접 확인했기에 그 재현 경로를 더욱더 알아봐야 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러나 묻는 내 말 위그는 '아니오'라는 말을 연신 내뱉고 있었다.


무례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티끌만큼이라도 있었다면 과연 그따위 행동을 할 수 있었까. 같이 일하면서 겪어보니 그는 자주 욱했고 자주 소리를 높였고 자리를 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 대해 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내게는 그랬던 적이 없었어서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 일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전날 그는 우리 협력사 분의 말로 인해 팀장님께 굉장히 깨졌다고 했다. '엿 먹이려고 작정했던거면 제대로 성공하셨어요'라고 몇 번이나 말하면서 그 분노를 우리에게 쏟아냈다. 덕분에 시작 분위기에 찬물이 제대로 끼얹어졌고 완전 살얼음판이었다. 아무리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고 해도 유관부서와 회의 석상에서 기분 내키는 대로 말 내뱉는 행동은 완전히 상식 밖이었다. 아무리 우리 협력사라지만 그 당사자가 아닌 우리에게만 왜 분노를 보란 듯이 쏟아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전날에는 현장 검증을 한다며 팀장님 포함해서 그 팀 몇 분이 출장을 갔었다. 제대로 원인 확인도 해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그 팀에서 담당님까지 보고로 올렸다. 다시 그 담당님은 우리 담당님께 전화를 직접 하셨고 우리 담당님은 우리 팀장님께, 우리 팀장님은 우리에게 역으로 확인해 보라고 하셨다. 제대로 통수를 얻어맞은 격이었다. 결국 서로 챙겨야 하는 영역에서의 문제가 있었고 해결되고 나니 그 팀에서 보고한 전체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상황 파악을 위해 그에게 전화했더니 그룹콜로 그 팀 인원들이 다 붙었고 통화를 하면서 그 팀장님은 대뜸 성화를 부렸다. 상황이 마무리된 이후에 그 상황에 대한 아무런 사과도 없었다.



회의 말미에 그는 시작 분위기를 험하게 만들어서 미안했고 아까 내게 했던 행동도 미안하다고 했다. 여지껏처럼 혼자 욱해 놓고 혼자 사과를 건넸다. 내겐 의미 없었고 당연히 기분도 나아지지 않았다.



살면서 이런 일을 많이 겪어보지 않아서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당황스럽고 그저 어이가 없다. 지나고 나서야 당시에 시원하게 하지 못한 말이 생각나서 분하다. 그럴 일 없었으면 좋겠지만 이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그때는 반드시 할 거다. 무례하고 선을 넘었음을 말하고 제대로 사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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