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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Dec 12. 2022

이모님이 그만두겠다고 하셨다

위기의 하원 #1

퇴근하고 집에 왔다. 그동안 일이 많았어서 덩달아 이모님 퇴근도 계속 늦어졌었다. 그날은 이모님도 정시에 퇴근하실 수 있어 다행이다 싶은 날이었다. 집에 가시려다가 주저하시더니 얘기를 꺼내셨다.

'이제 일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으니 다른 사람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하셨다. …………… 네?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였다. 전에 봉사활동 하셨던 에서 다시 와달라고 해서 쭉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하셨다. 그러면 '아이들과 정도 많이 들었고 다다네 부부도 좋아서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는 말씀은 하지 마시지 그러셨어요.



보름이 넘게 아팠다. 속이 좋지 않았고 배탈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하루는 출근길에 명치 아래가 많이 아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하게 근처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아침부터 여는 병원이 있었다.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출근을 미뤘다.


급성위장염이라고 했다. 통증 완화를 위해 주사를 놔주겠다고 했다. 증상이 달라져서 병원을 찾기는 했지만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수액도 맞겠다 했다.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다. 그리도 아파서 자처해서 맞겠다고 해놓고 출근 시간이 맘에 걸려서 물었다. 30분으로 하겠다고 했다가 이내 생각이 바뀌어서 시간으로 하겠다고 했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그 순간에는 '이렇게 아픈데 출근이 대수인가'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수액실에 누웠다. 어차피 이리되었으니 한잠 푸욱 잤으면 좋았을 텐데. 누워서 핸드폰으로 메일을 쭉 보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내려두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러면서도 혹여나 전화가 올까 싶어서 핸드폰은 멀리 두지도 못했다. 잠깐이나마 쉴 수 있을 때도 푹 쉬지 못했다. 바보 멍청이 같이.


평소보다 늦게 출근했지만 많이 늦지는 않았다. 팀장님은 안쓰러운 듯 일찍 들어가라고 하셨지만 보고 일정이 잡혀서 하필 그날까지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있었다. 그날 그 일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일복 많은 팔자인 줄은 진작에 알았지만 이런 날까지도 일찍 못 가니 속이 쓰렸다. 정시 퇴근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했나.



기나긴 하루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별안간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싶었다. 맥이 풀렸다. 앞이 깜깜했다. 이것저것 더 여쭤보지도 못하고 조심히 가시라고 인사했다. 암담했다. 이모님과 남편이랑 셋이 서로 기대어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축이 '삐거덕'하며 소리만 냈는데 벌써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이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혹시 서운하게 해 드린 게 있었나.


"아니에요. 서운하거나 잘못했다기보다는 오래 생각하고 결정한 거라 그래요."

'잘못'이라는 단어에 귀를 의심했다. 서운하신 게 있으실까 싶어서 운을 떼었는데 전혀 생각도 못한 말이 되돌아왔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흘려들을 수 있었을까. 그 말이 박혀서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서운함을 넘어 마음에 들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단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확신이 들었다. 그제야 어쩔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더는 잡을 수 없었다. 그럼 언제까지 봐주실 수 있을까. 이번 달에 알아보라고 하시며 안 되면 못해도 다음 달까지는 봐주시겠다고 하셨다. 마음이 급해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다음 달 중순까지만 가능하단 말씀을 하셨다. 사정을 설명하셨지만 하시면서 거의 없던 일이라 마음이 났다 생각만 들었다.





벌써 지난달 일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일주일만에 새 이모님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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