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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pr 19. 2022

"저는 생각이 있는데, 아이는 아니네요."

기다릴게, 아가야

올해 다섯 살이 된 작다는 아직 기저귀를 쓴다. 나이보다는 개월 수를 염두하더라도 (작다는 생일이 늦다) 크다보다 기저귀를 오래 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사실 크다가 기저귀를 떼기 전에도 우리는 조급한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저 궁금했을 뿐. 둘째인 작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크다를 통해 기저귀 떼기를 한 번 경험한 우리는 작다에게 그저 이렇게 저렇게 물어보는 정도이다.


쉬했어? 쉬할래? 변기에 앉아?

쉬나 응가하고 싶으면 잠깐 꾹 참고 말해줘.



올해 초에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보통 5살 반으로 가기 전에는 기저귀를 떼는 게 좋다"면서 작다는 기저귀를 언제 뗄 생각인지 내게 물어보기도 했다. 5살 반에서도 기저귀를 하면 아이가 창피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여 말씀하셨다.


"저는 생각이 있는데, 아이는 아니네요."


오롯이 아이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저 아이의 생각을 지속 물어보고는 있다고 말씀드렸다. 같은 나이 중에서 작다를 포함해서 이제 두 명 남았다는 선생님 이야기에 그저 웃었다.


하루는 작정하고 팬티를 입혀었는데, 세 장의 팬티 모두 실패하자 남편이 말했다.

"다시 기저귀 하자."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긴 했었다.

그래서 웃으며 얘기할 수 있었을지도.



크다는 세 번째 생일이 지나면서 거의 바로 뗐다. 어느 시점부터는 자고 일어나면 기저귀가 뽀송했고 "밤 기저귀를 뗐다"라고 했다.  뒤로 완전히 기저귀를 떼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 작다는 기저귀에 쉬를 한 바가지 하고 나서야 씩 웃으면서 기저귀를 팔랑팔랑 흔들며 가지고 온다. "'쉬 마려워요'하고 얘기해줘야지"하고 백 번, 천 번을 얘기해주는데도 작다는 배시시 웃고 만다.



최근에는 하원하고 나면 기저귀가 새서 바지까지 젖는 경우가 두 어번 있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상황을 전달하면서 하원 차량에 타기 전에 한 번 더 살펴봐달라고 말씀드렸다. 하루 일과 마치고 하원 차량에 타기 직전까지 선생님께 안겨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차를 타고 가면서 참았던 쉬를 하는 것 같다시며 그래도 한 번은 더 살펴보시겠다고 하셨다.



아이를 통하지 않았다면 기저귀를 떼기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을 거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오롯이 아이의 생각과 의지로 완성된다는 것도 말이다.


기저귀를 뗀다는 것은 어쩌면 엄마하고 한 발자국 더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가 고맙고 감사하지만 가끔은 시간이 더디게 갔으면 한다.


아직 기저귀를 한 작다의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는 것이 좋다. 작다의 생각과 의지가 완성되는 날까지 내 소소한 행복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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