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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Feb 05. 2022

츄파춥스는 잘못이 없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연습했던 음악회를 하는 날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은 격려 해달라며 음악회에 부모님들을 직접 초대할 수는 없어서 아쉽지만 하원할 때 작은 꽃다발로 아이들에게 마음을 전해 달라는 어린이집 공지사항도 있었다. 생각도 못했는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셔서 감사했다.

남편에게 퇴근하는 길에 아이들 꽃을 사다 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그러겠다고 했다. 얘기하다 보니 문득 사탕을 하나씩 사서 같이 주면 어떨까 싶었다.

크다와 작다가 각자 좋아하는 딸기맛과 사과맛 하나씩 사서 주머니에 넣었다.

하원하자마자 건네주니 좋아라 한다.


크다는 집에 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나 보다. 딸기 맛보다 사과맛이 먹고 싶단다. 작다의 츄파춥스랑 무작정 바꾸려다가 작다가 엉엉 우는 바람에 실패했다. 각자 사탕을 먹는 것으로 상황을 금방 마무리 짓기는 했지만 크다의 마음은 계속 사과맛을 향했다. 딸기맛 사탕을 집어던지듯이 바닥에 내려놨다. (여기까지는 나도 잘 참았다) 바닥에 둔 작다 꽃을 발로 슬 걷어차는 걸 보는 순간 화가 났다.


엄마 나름대로는 화를 누르면서 차분하게 크다와 얘기를 했다. 사과맛이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답이 없다. 대안을 이래저래 제시해봐도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단다. 집에 다른 종류의 사과맛 사탕이 있었어서 뒤늦게 그걸로 줄까 물었더니 그러겠단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진정이 된 크다는 저녁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다. 두어 숟가락쯤 먹었을까.

"저 생각이 바뀌었어요. 딸기맛 먹을래요."

.

.

.

.

.

결국은 딸기맛을 드시겠다고 한다. 장장 한 시간을 씨름했는데.. 뭐라고요, 따님?


저녁을 다 먹고 나서 대망의 사탕 타임. 엄마에게 미안해서인지 가까이는 와서는 등은 돌리고 사탕을 먹는다. 크다의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안 봐도 행복하고 즐겁게 먹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 맛있게 먹었으면 그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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