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푹 자지 못했다. 아파서 한참을 뒤척였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었다가 계속 깨서 뒤척였다. 어떻게 누워도 불편했다. 끙끙거리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침대에서도 찌걱찌걱 소리가 났다. 할머니들 코 고는 소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밤새 있던 통증이 조금은 가라앉은 듯했다. 복도를 걸었다. 회진까지 시간 여유가 있었다. 30분 정도 걸으니 허리가 아팠다. 결국 다시 누웠다. 새삼 환자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회진이다. 특별한 건 없었다. 신경 치료받고 어땠는지 확인하는 정도였다. 진단서에 대해 선생님과 얘기를 나눴다. 병가를 내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백쓰담님, 물리치료받고 오세요."
회진을 마치고 앉아있는데 어떤 분이 말만 전하고 후딱 가셨다. 간호조무사 분이셨던 것 같은데성을 바꿔서 말씀하셨다.바빠서 정신이 없으셨던 건지.덕분에 순식간에 유명인 이름으로 불렸다. 병실 사람들의 흘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정정하고 싶었지만 그냥 두었다. 물리치료나 다녀와야지.
퇴원 안내를 받고 원무과 수납을 마쳤다. 퇴원을 했다. 애초에 검사를 위한 입원이었고 수술 없이 통원 치료만 하면 되니까 당장은 병원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1박 2일이었지만 '고작'이라 하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 지긋지긋했던 통증에 이름이 붙여져서 좋다.진단을 받았는데 좋다니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뭣인지도 모르고 아팠을 때의 답답함에서 드디어 해소되었다.
지내다 보면 나아진 것 같다가도 이내 통증이 다시 느껴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금방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이내 통증이 다시 시작되면 '그럼 그렇지' 한다.일희일비하지 말아야겠다. 잠깐씩이라도 몸이 멀쩡한 척을 해주니 내내 시무룩하거나 처져 있지만은 않게 된다. 이럴 때도 있어야지. 그래야 버티지. 희망을 주다니약발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