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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Feb 08. 2023

아는 맛이 더 무섭다

디스크 이야기 #10

신경 치료를 받는 날이다. 일주일 만에 왔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나 보다. 얼마나 아팠는지 아니까 긴장됐. 두려웠다. 주문처럼 계속 되뇌었다.

'긴장하지 말아야지. 주사 맞을 때는 몸에 힘 빼고 있어야지. 금방 끝날 거야.'


신경치료실 앞에도 사람들이 많다. 아래층에서 진료를 보시던 원장님이 바쁘게 올라오셨다. 한 명씩 호명이 된다. 마지막에 불릴 것 같지만 기다린다.


각보다 금방 차례가 되었다. 짐을 들고 신경치료실 안에 있는 대기실로 동했다. 책이며 노트며 챙겨 왔더니 짐스럽다. 맨 몸으로 그냥 올 걸 그랬다. 이 정말 짐스러웠다. 치료나 받지 뭘 하겠다고.


"들어오세요."

신경치료실로 들어다.


"여기 엎드리세요."

아무것도 없는 빈 침대에 계단을 밟고 올라다.


"차갑습니다. 소독하는 거예요."

소독을  뒤에는 천으로 는다. 구멍이 뚫려있는 것 같다. 찾아보니 소공포라고 더라. 스케일링할 때 덮는 것과 같은 듯하다.


"들어갑니다."

사가 들어오는 느낌이 난다. 그렇게  번에 끝나면 좋겠는데 그 뒤에도 두세 번은 무언가 들어오면서 계속 아프다. 아파서 소리가 새어 나오지만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마를 바닥으로 더 박아버린다.



왼쪽 허리판이 뻐근하다. 치료실 안 쪽에서는 계속 소리가 난다. 중년 아저씨도 할머니도 모두 아프다. 앞 침대에 할머니가 계시니 이 젊은이는 아파도 찍소리 못하고 누워있었다. 그저 소리 없이 끙끙댔다. 옆 침대 아저씨는 계속 아내를 찾았다. 한 번은 '나갈 때 붙잡아줘야 한다'라고 얘기하고 다음에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고 이래 부르고 저래 불러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셨다. 아내분은 귀찮은 내색이 전혀 없었다. 순간 옆에 아무도 없어서 살짝 허전했다.

'오늘의 천장'은 신경 치료실이다.


30분 정도 누워있었을까. 괜찮으면 일어나서 천천히 걸어보라고 했다. 안 괜찮을 것 같았는데 어지럽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은 없었다. 주사를 맞은 뒤에 컨디션이 괜찮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약발이었던 것 같다.



저녁이 되자 허리에 둔탁한 판이 하나 얹어진 것 같. 루종일 근하게 아팠던 허리가 더 아. 신경 치료를 한 날이라서 평소보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되도록 많이 누워 있었는데도 그랬다. 역시 주사를 맞은 날밤에 제일 아프다. 물론 어느 고통이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고통스럽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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