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받고 3주가 되어 정기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출퇴근을 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내 답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전날을 유난히 힘겹게 보냈기 때문이었다. 몽롱하지 않은데 잠이 계속 쏟아졌다. 허리는 계속 아팠다. 누워있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빠졌다. 발도 살짝 저릿했다. 속이 비어있는 느낌이 들면서 메스꺼웠다. 결국 아파서 잠을 설쳤다. 그러다 아침에 30분 정도 잠깐 눈을 붙였다. 그렇게 일어나 준비해서 진료를 기다리는 중이었으니 절대 희망적일 수 없었다.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허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단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다 금세 또 억- 소리 나게 아팠다. 그러고 보면 참으로 착각의 연속에 살고 있었다. 그렇다. 환자는 착각에 살아야 희망을 본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원장님께 지금 상태로 출퇴근을 하고 일을 해도 될지 여쭤봤다. 중간중간 많이 쉬어줘야 한다고 하시며 불편해 보였는지 2주 추가 진단을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덧붙여 "불이익은 없어요?"라고 물으셨다.
불이익이 왜 없겠는가. 아마도 연말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겠지. 사유가 병가여도 업무상 공백은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공백을 채우고 남들과 비슷하게나마 일을 해야 불이익을 조금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객관적으로 해보겠다고 지표를 세우고 점수를 매겨도 결국 평가는 사람이 하기에 주관이 섞일 수밖에 없다. 반영이 될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 해도 어쩌겠는가. 회복을 해야 일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진단서를 받아 들고 한숨이 나왔다. 진단서에는 '진단일로부터 2주간'으로 적혀 있었고 진단일은 진료를 본 당일이었다. 전에 진단을 받았던 3주에 새로 2주가 고스란히 더해지는 줄 알았는데 3+1이었다. 중간에 1주는 중복 기간이었다. 결국 1주만 병가를 연장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자고 결국 팀장님부터 담당님을 거쳐 인사팀까지 다시 결재를 타야 한다.
예상 못했던 바가 아니라서 처음 진단을 받을 때 병원에 미리 양해도 구해봤었지만 받아들여지진 않았었다. 진단서는 의사 고유의 권한이고 증상에 따라 진단을 내리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다만 예상했듯 회사에 아쉬운 소리를 한 번 더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 속상했다. 이제와 어쩌겠는가. 지금은 한 주라도 연장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