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약에 취해 있는 느낌이었다. 정기 진료까지는 시일이 아직 남아있어서 별도로 진료를 봐야 했다. 더불어 여쭤볼 것들도 챙겼다. 디스크 진단을 받고 크게는 수술부터 작게는 자세까지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경험담이라고 해도 나와 온전히 같은 상태는 없을 거다. 힘겹게 나아지고 있는데 주변 얘기만 듣고 어설프게 움직였다가 되려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심스러웠다.
접수를 했다. 대기가 많았다. 기다려야 했다. 진료 보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다. 기다림은 언제나 오롯이 환자 몫이다. 앉고 서기를 반복한다. 이래나 저래나 불편하다. 문득 창문 너머로 시선이 머물렀다.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원장님이 신경 치료를 가셨으니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하필 내 앞까지만 진료를 보고 가셨나 보다. 덕분에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드디어 호명이 되었다.
"박쓰담님 들어오세요"
진료실에 들어섰다. 계속 약에 취해 있는 느낌이라고 말씀드렸다. 원장님은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복용 중인 약에서 뉴로카바 때문일 수는 있겠으나 보통은 하루에 300mg 이상 투여했을 때이고 지금은 하루에 200mg이라서 영향도가 크진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럼 저는 왜 때문에 그 '보통'이 적용되지 않는 걸까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꾹 삼켰다. 일단은 뉴로카바를 제외하고 먹어보자고 하셨다.
두 번째로는 방사통이 왜 왼쪽만 있는지 여쭤봤다. 방사통은 허리로 인해 다리와 발까지 발생하는 통증인데 왼쪽만 계속 있었고 지금도 그랬다. 요추와 천추는 몸 가운데에 있지 않는가! "제가 설명을 안 드렸던가요?" 하시더니 사진을 보여주시며 신경과 닿는 부분이 왼쪽이라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다.지난번에 MRI 검사 결과를 설명해 주실 때 물렁뼈는 젤리 형태에서 수분이 빠져 쿠션 기능이 떨어져서 딱딱해져 있고 물렁뼈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에는 균열이 생겨서 매끈하지 않게 보이는 부분이 신경과 닿아서 저리다고만 하셨었다. 그 설명만으로 내가 유추해서 적당히 알아들어야 했던 건가.
세 번째로 자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주변에서 이래저래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어떤 자세가 맞는지 모르겠고 조심스럽다고 했다. 누워 있을 때는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는 상태라서 다리를 세우거나 등 뒤에 얕은 베개를 대는 것은 상관없다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MRI 결과를 설명해 주시면서 보여주셨던 모형을 다시 보고 싶어서 얘기를 꺼내던 차였다. 원장님이 "모든 설명을 다시 해드릴 수는 없어요. 밖에 환자분들도 기다리시고요."라고 하셨다.끝까지 듣지도 않고 지레 짐작해서 하신 말씀이었다.
설명을 원했던 게 아니었다. 상태 설명하면서 보여주셨던 모형을 다시 볼 수 있는지 말씀드리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모형을 보여주셨다.
꺼내주신 모형을 보면서 덧붙여 말했다.
"바쁘시죠. 계속 뛰어다니시더라고요."
모형을 보느라 원장님의 표정은 보지 못했다.
집에 가다가 내려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조금 걸었다. 지치기도 했고 짜증도 났다. 생각보다 많이는 못 걷겠어서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멈춰 섰다. 지나가는 버스에 손을 들었다. 버스가 그냥 지나갔다. 택시정류장에서 버스한테 손을 흔들었던 거였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켰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얘기한 '정성근 TV'를 이번에는꼭 정주행 하기로 했다. 전에유퀴즈에서디스크는자세만 바르게 해도 많이 좋아진다고 하셨다. 진료를 봤던 환자 대부분이 그랬다고 했다.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아서 안 되겠다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하셨다. 유튜브만 잘 봐도 허리 고칠 수 있다고 하시면서 말이 든든했다. 그래, 자세는 유튜브에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