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연차를 썼는데 이제는 병가가 불가피해졌다. 병가를 내려면 몇 가지 요건이 있었다. 진단서 한 장이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꼼꼼하게 살펴볼 걸 그랬다.
전에 병가를 사용한 적이 없으니 사용은 가능했다. 규정상 업무 외 병가 기간은 동일 질병 내 최대 2개월까지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차 소진과 진단서 필수 기재사항이었다.
병가는 올해 발생한 연차의 80% 이상을 소진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병가를 고민하던 당시에는 연차를 60% 정도 사용한 상태였다. 작년에 휴가를 당겨 써서 그나마 이만큼이나 쓴 거였다. 올해 이미 연차를 4개나 썼는데도 기준에 맞추려면 5일은 더 써야 했다. 그렇게 되면 남겨질 연차는 4개, 올해는 아직 11개월이나 남아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연초이든 연말이든 상관없이 80%를 써야 한다는 그 대쪽 같은 기준이 답답했다.
'남은 연차로 올 해를 버틸 수 있을까'
"어차피 몸도 마음도 아프면 휴가가 남아 있어도 답이 없으니 지금 도저히 안 쉬고는 안 되겠다면 쉬어버리자"는 왕언니의 말에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당장은 치료가 우선이지'
어차피 연차는 많이 내려놓고 지내왔었는데 이제와 새삼스레 개수로 신경 쓰는 것도 이상했다. 연차 복구가 되지 않는 시점부터 대차게 당겨 쓰던 나였다. 불편했던 마음이 덕분에 한결 가벼워졌다. (아자!)
병가를 내려면 무엇보다 진단서를 잘 챙겼어야 했다. 병명과 질병코드는 당연히 기재되어야 했고 치료가 필요한 기간과 함께 업무 수행 어려움 여부가 명시되어 있어야 했다. 발급된 진단서에는 '진단일로부터 3주간 안정가료를 요함'으로 적혀 있었다. 혹시나 해서 회사에 문의해 보니 '단순 요양가료'는 병가를 낼 수 없다고 했다. 반드시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말이나 한 번 꺼내보자 싶어서 다시 진료를 청했다. 이래저래 얘기하다가 사무직이라고 했더니 절레절레하시면서 "그럼 일이 안 되죠"라고 하셨다. "당연히 안 된다"라고 덧붙이시며 진단서를 써주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힘겹게 '업무 수행 중단'이 적힌 진단서를 얻었다. 한숨 돌렸다. 랜선으로 종일 애써준 언니들이 고마웠다. 긴장이 풀리고 녹초가 되었다. 그러다 언니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았다.
"하나 넣기 디지게 힘드네"
진단서를 필요에 맞게 다시 받는데 이틀은 걸렸다. 병가는 진단서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어림없었다.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팀장님께 말씀드렸다. 그렇게 병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