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를 마치고 상봉했다. 엄마가 반가운지세상 반겨준다. 잠시 떨어져 있으면 더욱 애틋해진다. 역시 각자 보내는 시간은 필요하다.
"점심 뭐 먹을까?"
남편은 평소보다 점심 메뉴 선정에 더 공을 들이는 것 같았다. 디스크 진단도 받고 철 결핍성 빈혈이라고도 하니 신경이 쓰이나 보다.
"됐어, 고기는 무슨."
남편이 고기는 어떠냐고 물었는데 마다했다.평소였으면 홀랑 넘어가서 팔랑거렸을 거다. 아무래도 컨디션이 다르긴 한가보다. 고기를 마다하다니.
"철분도 부족하다니까 그러지."
남편 한 마디에 생각을 슬쩍 고쳐 먹었다.
"그래, 먹자. 고기 먹자."
잘 먹고 잘 먹어야 나아지지. 먹자, 먹어.
... 마다했던 사람치고 너무 잘 먹어서 무안했지만 남편은 얼굴이 벌게지도록 고기를 구우며 말했다
"애들 신경 쓰지 말고 많이 먹어."
주말 아침에 남편은 복작복작 더 바쁘다. 아이들이 발레 수업에 갈 수 있게 준비하고 물리치료를 가야 하는 아내까지 챙긴다.덕분에 일주일에한 번 하던 운동도 못 가고 있다. 운동하러 다녀오면 숨은 가쁘게 몰아쉬어도개운해 보여서 좋았는데그마저하지 못하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했다. 마음이 이런데 누가 봐도 제일 못 먹은 사람이 벌게진 얼굴로 저런 말을 하니까 더미안해졌다. 그래 먹자,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