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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Feb 13. 2023

의사가 경고한 미래 똥쟁이

디스크 이야기 #8

#1. 빈혈약 여파로 다시 (내과1)

처방받은 빈혈약을 먹고 주말 내내 속이 불편했다. 배가 많이 팠다. 화장실가도 소식은 전혀 다. 주말 내내 반복하다 내과 진료를 다시 봤다. 철분제를 받으면서 진즉에 예상던 일이긴 했.


지난번에 진료해 주셨던 선생님은 휴진이셔서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봤다. 증상을 듣고 촉진을 하셨다. 철분제를 바보자고 하셨다. 전에 처방받은 것은 알약이는데 이번에는 물약이다. 의사 소견이 있어야 의료 보험 적용이 가능해서 병원에서 처음부터 물약으로 된 철분제를 처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 화장실 가는 게 어려우니 변비약도 주신 댔다.


병원 건물에 있는 약국에 들렀다. 척추센터 약도 있고 내과 약도 있어서 처방전이 두 장이었다. 기다리면서 보니 다들 한 장씩만 들고 온다. 두 장을 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 내가 제일 젊은것 같은데 말이다. 자만의 머쓱함이 몰려오던 차에 "박쓰담님"하고 갑자기 호명됐다. 아직 순서가 아닌데.


약국에서 새로 처방된 철분제를 지금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병원에서 귀띔해 주긴 했었는데 혹시나 하고 냈더니 역시나다. 일단 약국에서 주문을 넣었는데 오후 5시에 도착한다고 했다. 그때 다시 올 수 있냐고 묻길래 어려울 것 같아서 대신 근처에받을 수 있는 약국이 있는지 물었다. 사거리 약국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약을 받고 사거리에 있는 약국으로 향했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 보니 생각보다 가는데 시간이 걸렸다. 환자는 뭐 하나 쉽지않다.



#2. 동 내과 진료(내과2)

목이 아팠다. 감기가 오나 싶었다. 아이들도 콧물이 줄줄이라 먹고 있던 약이 다돼서 병원에 가야 했다.

"오늘은 엄마도 같이 보시네요?"

대기 명단에 아이들 이름과 함께 내 이름도 같이 적었더니 단번에 알아보신다. 주로 아이들이 많이 오는데 소아청소년과의원이라서 어른들이 진료를 보기도 한다. 동네 병원이지만 사람이 많고 대기도 길다. 사람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게 어디든.


원장님은 참 친절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뚝뚝 묻어난다. 예를 하나 들자면 청진을 하기 전에는 청진기가 차갑지 않게 손으로 후다닥 문지르신다. 몸에 밴 듯 손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그런 세심한 배려가 좋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친절하시다. 따뜻해서 좋다.


목이 빨갛다고 하셨다. 처방을 작성하려고 하시시길래 먹고 있는 약을 여드렸다. 선생님, 이거는 디스크 약이고요, 이거는 철 핍성 빈혈 때문에 먹는 약입니다. 말하면서도 민망하다.


유산균도 포함해서 처방해 주실 거라서 빈혈약과 같이 받은 변비약은 먹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둘 다 변을 묽게 만드는 약이라서 같이 먹으면 설사하게 될 거라고 하셨다. 걱정이 되셨는지 여러 번 말씀하시고도 이해했는지 확인도 하셨다.

"네, 이해했습니다."

다정한 원장님께 차마 '둘 다 같이 먹으면 똥쟁이가 될 거라는 말씀이시네요.'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3.

허리약에 빈혈약(내과1)에 목 아픈 약(내과2)까지 그야말로 약 대잔치다. 거기에 빈혈약 흡수를 돕는다는 비타민C와 시원한 화장실을 위한 유산균까지 남편이 주문했다. 봉지가 늘어나는 건 순식간이다.


똥쟁이가 된다고 경고받았지만 당장은 화장실을 매우 가고 싶었다. 일단 같이 먹다가 장이 정상화되면 동네 병원 원장님 말씀대로 할 요량이었다. 이틀이나 넘게 소식이 없었는데 드디어어 물꼬가 터졌다. 이제 조절할 타이밍인가 싶어서 바로 태세 전환에 들어갔다. 실패했는지 배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똥쟁이 신호탄과도 같았다. 다행히 금방 잠잠해졌다. 화장실 가는 게 다시 어려워졌다. 당분간은 약을 같이 먹어야 할 것 같다. 속을 들여다볼 수 많이 답답하지만 상태를 봐가면서 조절해야 할 것 같다. 너무 심각한 똥쟁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참고로 일주일 전의 일입니다. 나아졌으면 했지만 여전히 화장실은 힘이 들고 똥쟁이는 아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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