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울었다. 하원하고 씻자고 화장실에 들어왔는데 저쪽에서 씻고 싶다고 했다. 저쪽 화장실에는 이미 둘째 작다가 할머니랑 씻고 있었다.
엄마 욕심이 컸던 걸까.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씻고 밥 먹고 유튜브를 보면서 기다리자고 했다. 물론 아이들도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크다가 저쪽에서 씻겠다며 입을 쭉 내밀고 요지부동이었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여기서 씻든지 기다렸다가 옮겨 가서 씻든지. 여기서 씻으면 유튜브를 보면서 선생님을 기다릴 수 있고 기다렸다가 씻으면 유튜브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을 수 있었다.
아이에게 설명을 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묵묵부답, 요지부동이었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시간이라도 벌어야겠다 싶었다. 서둘러 씻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울음은 다 씻고 나서 머리를 말리고 옷을 다 입힐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평소에 잘 울지 않지만 한 번 울기 시작하면 한참을 우는 아이임을 알기에 각오를 해야 했다. 이래도 저래도 진정이 되지 않자 일단 작다의 저녁을 챙겼다. 작다는 진작부터 주먹밥을 먹겠다고 했어서 먹을 수 있게 얼른 준비했다.
볶음밥을 해주겠다고 준비하다가 얻어맞은 울음이라 주방은 어지러웠다. 며느리가 저녁 준비 중이던 주방이라 어머님은 손을 대지 못하셨다. 오늘 저녁은 아이들이 각자 먹겠다던 메뉴가 있었고 그 형태를 본 적 없으신 어머님은 아이를 달래는 며느리를 기다려주셨다. 문을 닫고 크다를 달래고 있었는데 방문을 뚫고 둘째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렸다. 어머님께서 작다와 매우 신나게 놀아주고 계시다는 것이 보지 않아도 분명하게 느껴졌다.
계속 울고 있던 크다는 꿈뻑 졸다가 다시 울기를 반복했다. 손을 내미니 그제야 품에 안긴다. 그전까지는 손을 내밀어도 본 체도 하지 않고 손만 겨우 잡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다. 전력으로 울었나 보다. 아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미안함이 밀려왔다.
20분쯤 시간이 지나서 크다가 깼다. (아고 내 허리ㅠㅠ) 자고 일어난 아이는 다시 천사로 돌아왔다. 엄마 가라며 엄마 싫다며 소리치던 아이는 온데간데없었다. 속상한 마음에 아무렇게나 나온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말에 눈물이 나는 엄마다.
크다는 진정이 되었다. 자고 일어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 학습지를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며 어려우면 오늘은 교재만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늘은 힘들 것 같다'라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다. 문을 열고 나와보니 작다는 선생님과 학습지를 막 끝낸 참인 듯했다. 선생님께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선생님은 숙제를 잘했다며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주셨다.
선생님도 가시고 어머님도 가신 뒤에 크다는 홀로 먹는 저녁이지만 맛있다며 잘 먹는다. 그새 눈이 팅팅 부었다. 사진 찍으려고 폰을 들어 올리자 아이가 방긋 웃어준다. 다시 돌아왔다, 내 아기천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