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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Mar 17. 2023

잠시 마음을 다잡았더랬다

디스크 이야기 #17

이제 좀, 다시 열심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손톱만큼 고개를 . 그동안 부정적인 생각들로가득했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가 싶었다. 지쳤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있다.


100m 달리기처럼 살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았다. 그러다 번아웃이 왔다. 씨게, 아주 쎄게. 그렇게 무너졌다. 보기 좋게. 와장창. 앞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는 길도 방향도 잃었다. 사실 앞만 보고 달리는 줄도 몰랐다.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으니까.


마음 근육만큼은 김종국이라고 자부하는 내 친구는 주변에서 내 마음이 제일 단단해 보인다고 했다. 경험치가 그리 말해준다고 했었다. 아니다. 못 봐도 한참 잘못 봤다. 그렇게 보였다니 다행이라면 다행인 건가. 그렇다면 잘해왔던 였을까.




한동 벗어난 듯했다. 런 줄 알았는데 결국 아니었지만. 머리도 아프고 귀에서 소리도 들리고 귀도 간지럽고 속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돌아가면서 아팠던 게 그나마 나았었다. 진짜는 허리가 아프면서 시작됐다. 몸이 무너지면서 마음도 같이 무너졌다. 마리가 더 없어졌다.


잠시나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거란 희망 아닌 희망이 생겼었다. 물리치료도 먹는 약도 중단하고 도수치료를 해보자던 얘기가 내게는 신호탄이었다. 다시 열심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손톱만큼 고개를 들었었다. 적어도 출근하고 이틀 만에 다시 병가를 내기 전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신호탄은 금방 무색해졌다. 줬다가 뺐는 건 나쁜 다. 많이.


병가가 길어지고 아이들 등하원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사정을 아는 동네 할머니들은 주변 경험담을 풀어놓으셨다. 젊은 사람이 병원을 자꾸 다녀서 어쩌냐며 걱정도 주셨다. 병원을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많이 아파서 엄두도 안 났었고 다니는 병원의 규모에 대한 믿음도 있었었다. 한풀 꺾이고 나니 더는 안 되겠단 생각이 제야 든 것이. 동네에서 몇 군데를 찾았는데 결정을 계속하지 못했다. 근처 3차 병원이 있긴 했지만 병원 자체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척추는 잘 본다는 동네 할머니의 경험담에 이끌려 일단 예약은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병원을 찾고 찾았다.


마트에 잠깐 갔는데 찾아뒀던 병원 중에 한 곳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내원했던 기억이 그제야 어렴풋이 났다. 가봐야겠다. 마음먹은 김에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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