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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Mar 18. 2023

디스크 2단계가 아니라고요?

허리 이야기 #18

다니던 병원에서 검사한 자료를 들고 다른 병원을 찾았다. 오랜만에 방문인데 어떻게 왔냐고 물었다.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검사자료를 .


누가 디스크가 있다고 그러던가요?


자료를 살펴보시던 선생님이 물으셨다.

"퇴행성이 진행되어 약간 튀어나오긴 했는데 신경은 전혀 누르지 않아요. 같은 나이대 사람들도 찍으면 이 정도는 다 나옵니다. 디스크 2단계도 아니고 1단계예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허리가 아픈 건 신체 구조상 가지고 태어나기를 다른 사람들보다 허리가 더 신전되어 그렇고요. 하체가 저린 건 디스크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어안이 벙벙했다. 한 달 넘게 대체 뭘 했단 말인가.


누워보라고 하셨다. 다리를 한쪽씩 들어보라고 하시더니 이번에는 엎드려 보라고 하셨다. 엉치를 누르시는데 비명이 절로 나왔다. 다리가 저린 건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서 그런 게 아니라 근육이 신경을 눌러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퇴행성이 신경은 누르지는 않지만 탄력은 잃은 상태라고 하셨다.


그동안 엄한 치료만 했어요.
모르니까 디스크만 쳐다보는 거예요.


허탈했다. 여지껏 보낸 시간이 수포로 돌아간 듯했다. 물론 전혀 의미가 없진 않았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주사도 맞고 도수치료도 해보기로 했다. 시간 되면 나와서 물리치료도 하라고 하셨다. 매일 나오겠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니까. 허리 통증은 소염진통제 정도만 먹어보자 근육이완제도 같이 들어있는 약을 처방해 주셨다.


다시 시작인 느낌이었다. 나아지기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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