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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Mar 19. 2023

마트와 공룡

집에서 만들기를 하다가 재료가 떨어졌다. 남편이 얼른 다녀오겠다고 하자 아이들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자 집이 아주 고요해졌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고요'는 참 낯선 정경이다.


너무도 고요해서 그 고요함을 참지 못하고 노래를 틀었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고르지 못해 한참 이거 저거 누르다가 음악이 대충 귀에 거슬리지 않는 듯하여 손가락을 멈췄다. 그대로 우두커니 앉아서 멍하게 기다리다가 만들기 현장을 일부 정리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다시 멍하게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들이 도착한 소리가 시끌시끌하게 들려왔다.



"엄마아!"

아이들 손에는 취향대로 고른 스티커가 들려 있었다. 역시 심부름만 하고 왔을리가 없지. 크다는 마트놀이였고 작다는 공룡이었다. 취향이 확실하다.


어디에 붙일까 싶어서 봤더니 스티커와 같이 붙어있는 스티커판에 하나씩 옮겨 붙인다. 이번 각자 놀려나 싶어 슬쩍 봤더니 같이 노는 것이 아닌가.


마트와 공룡의 콜라보라니! 새롭다, 새로워.


"할인하는 유유 사러 올 공룡은 누군가요?"

마트로 공룡들을 불러들이는 탁월한 세일즈 스킬을 장착한 마트 주인 덕분에 마트는 성황을 이룬다.





트리케라톱스가 찢어졌다. 스카치테이프가 필요하다며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물건을 찾는다'보다는 테이프가 없다고 가족들에게 '알린다'에 가까웠다.


"아니이! 저기에 있쟈나아-!"

 크다가 앉은자리에서 말로만 설명했다.


"어디? 어디?"

작다가 알아듣지 못하고 집을 돌아다니자 크다가 한숨을 쉰다. 어쩌면 알아듣기 싫은 거였을지도.


"크다야, 어디에 있는지 가서 알려주자."

그제야 크다가 "눼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터덜터덜 움직인다. 크다 귀찮았던 모양이다.


결국 언니 덕분에 테이프를 얻었다. 작다는 애교를 장전하고 엄마한테 뜯어 달라고 한다. 원래도 애교가 참 많다. 테이프를 뜯어주자 트리케라톱스 위에 붙인다. 떨어지지 않게 테이프를 붙여주겠다고 해도 본인이 하겠다고 한다.


이따 다시 들고 오겠구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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