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쓰담 Mar 23. 2023

최선이 닿는 데까지 하라고여?

"크다야, 학습지 다 했어?"

아이가 다했다니까 '그래' 하고 넘겼다. 굳이 '어디 한 번 보자'는 하지 않았다. 다했다는데 믿어야지.


아이들이 매일 해야 하는 일을 다 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집에 현황판을 만들었다. 양치하기나 손 씻기와 같은 일상적인 일들도 있고 학습지 하기나 그림일기 쓰기와 같은 숙제도 포함된다.


아이가 다했다고도 했고 스스로 확인하는 판에도 매일 같이 '완료'였다. 그러나 아이가 하다가 그대로 남겨둔 학습지가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얘 보래요~ 아직 숙제가 남았대요!"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는 날이었다. 아이들이 순서대로 공부를 마치고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대개는 이번 주에 학습하게 될 내용을 설명해 주신다.


"숙제를 다 했던가요?" 선생님께 여쭈었다.

예상대로 답은 "아니요"였다. 크게 놀랍진 않았다.


아이가 다했다고 해서 굳이 확인은 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는데 선생님은 읽으셨을까. 선생님은 화들짝 놀라시면서 "아이가 습관이 잡히기 전까지는 어머님께서 봐주셔야 해요."라고 하셨다.


"너무 많을 것 같은데 어쩌죠."

밀린 덕분에 이번 주는 숙제가 많아졌다. 선생님이 학습지에 요일을 고쳐 적어주시면서 말씀하셨다.


"하는 만큼 하게 둘게요. 이번에 밀려봤으니 그 뒤에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도 배우겠죠 뭐."

'숙제'라는 이유로 학습지를 하지 않았다고 아이를 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작 일곱 살이니까. 물론 학습의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지금처럼 재밌고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그거면 됐다. 이번 일로 행동에 대한 결과를 배울 거라고 생각했다.



"크다야, 최선을 다해서 해봐. 알겠지?"

걱정이 되시는지 선생님은 크다에게 말씀하셨다.

크다가 "네!"하고 답하자 "최선이 뭔지 알아?"라고 다시 물으시니 크다는 "아니요"하고 답했다.

"최선은 힘이 닿는 데까지 끝까지 하는 거야."





선생님이 가시고 이틀이 지났다. 재미있으면 그걸로 되었다는 엄마는 시간이 날 때마다 크다에게 학습지 해보자고 말하는 중이다. 이번에는 엄마에게도 숙제처럼 느껴졌나 보다. 크다가 말했다.

최선이 닿는 데까지 하라고여?


선생님이 말씀하신 '최선'의 의미를 기억은 하고 있나 보다. 그래, 최선이 닿는 데까지 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직업이 없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