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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May 12. 2022

이명과 메니에르병 사이

이명이 다시 시작됐다. 전에는 잊고 살만하면 한 번씩 시작해서 일주일 내외로 지속되었는데,  요즘은 주기는 짧으면서 하루 정도면 지나갔다.


어제 시작된 이명도 하루면 지나가겠지 싶었는데 이틀째로 이어지면서 어지러움이 동반되었다. 출근 준비를 하려고 일어났는데 비틀비틀 걷는 게 느껴졌고 어지러워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그러질 않아서 결국 오늘은 휴가를 냈다.



"엄마 아프대"


남편이 한 마디 했더니 아이들이 내게 오지 않는다. 신통하면서도 미안했다. 평일 아침에 엄마가 집에 있는 게 오랜만이라 아이들도 살짝 신나 보였는데. (엄마의 지극히 주관적인 착각일 수도 있다.)


등원을 하고 어찌어찌 버스에 몸을 태워 병원에 갔다. 일어난 직후보다는 어지러움이 덜한 느낌이었다. 대기 인원이 많았지만 일단 기다렸다.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어지러운가요?

속이 메스껍나요?

귀가 먹먹한가요?


이명이 시작돼서 병원에 가면 물어보시는 게 매번 비슷하다. 그러고는 청력검사와 고막검사를 한다.


이명이 오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약을 제때 쓰지 않으면 청력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언제 한 번은 이명이 오면서 청력이 떨어졌었는데 의사 선생님께 그런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철렁했었다.



이번엔 청력이 떨어지진 않았으니 약 먹으면서 잘 자고,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신다. 맨날 스트레스 얘기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앞서 질문하셨던 증상에 모두 해당이 되면 메니에르병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는데 보통 두세 가지 정도에 그쳐서 매번 이명이라고 말씀하신다.


매번 명확하게 원인은 알 수 없다는 얘기만 들으니 차라리 메니에르병으로 진단을 받으면 속은 시원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진단받는 자체가 좋진 않을 순 있겠지만 말이다.



어지러움이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이번 이명은 이틀 정도만 머물다가 가나보다. 다음 녀석은 언제 와서 얼마나 있다 갈지 신경 쓰인다. 솔직하게는 오늘처럼 갑작스럽게 휴가 내는 게 신경 쓰이는 거지만.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했던 말이다. 정작 이 말이 필요한 사람은 나였나 보다.

나부터 잘하자. 나만 잘하면 된다.



날이 좋아서 하원하고 놀이터에 들렀다. 오랜만이라 아이들이 매우 신났다. 엄마는 집에 와서 결국 또 한참을 누워있다가 살아났다.


얘들아, 엄마가 좀 더 건강해져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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