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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Dec 25. 2021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아이와 오래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지 말자.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 아파하지 말자.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中


책상에 올려두고도 매일같이 읽진 않았다. 문득 보면 며칠씩 지나있어서 넘기면서 봐왔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오늘 날짜로 달력을 넘기니 보이는 문구로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고, 더욱이 연말은 올해 실적과 내년 목표를 세우는 더욱 괴로운 시즌이라 '대체 언제까지'라는 생각을 계속 쥐고 지내고 있다. 매일같이 정시퇴근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규화되게 밤늦게까지 일하는 환경과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5살, 4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은 "엄마, 일 해?", "엄마, 일 많이 남았어?", "엄마 일 다했어요?"라고 매일같이 당연한 듯 묻는다. 사실 너무 지쳤다. 그래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일하는 내가 좋고, 일하지 않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고, 지금 아이들에게 해주는 모든 것들에 브레이크가 걸려버릴 것 같아 차마 그만두지는 못하고, 그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일하며 누리고 있는 지금의 내 삶은 내 공든 탑과도 같다. 일을 그만둔다는 건 그 공든 탑을 내 손으로 무너뜨리는 것 같아서 차마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을 하지 않는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될까봐, 사실 무섭다.


고민이 언제, 어떻게 종지부를 찍을지는 모르겠다. 어떤 형태로든 끝이 날 고민이겠지만 하루하루 답답하고 괴롭다.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저 말에 오늘치 위로는 다 받았다. 오늘은 그걸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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