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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Dec 29. 2021

코피라니, 코피라니ㅠㅠㅠ

세상 소중한 티비

여느 집처럼 우리 크다와 작다는 티비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우리 집은 저녁 먹고 씻고 정리해야만 티비장이 열린다. 아이들 입장에서 세 가지라니! 너무한다 싶기도 하겠지만 꽤 오래 지내왔기에 아이들이 그러려니 한다. 물론 가끔은 '안 씻어' 괴물이 나오면 한참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고성방가가 오가기도 하고.


오늘은 아빠가 저녁 준비하는 동안 엄마랑 일찍 씻었다. 그래서 티비를 일찍 많이 볼 수 있는 날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크다는 입맛대로 이것저것 골라서 재미있게 본다. 그러다 갑자기 "에취"하더니 "음마(엄마) 코피나여"라고 말하길래 고개를 돌렸더니 손으로 코를 막고 있다. 물티슈를 급하게 찾으면서 남편을 급하게 불렀다.


아빠랑 화장실에 가면서도 티비에서 눈이 안 떨어진다. 남편은 얼른 닦고 오면 된다고 아이 돌려세웠다.


화장실에서 코피가 멎는 동안 아빠와 크다가 나누는 대화가, 아니 정확히는 크다가 혼자 다그치듯 말하는 소리가 왠지 짠하다.


"아빠 진짜 못 말린다 못 말려" (웅?)

"코피야 멎어줄래?!!!!!! 안 그러면 나 티비 못 봐!ㅠ"

"기다려달라고 얘기해주세요"

(작다가 혼자 티비보는게 영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코피가 멎고 나왔으니 약속한 대로 아까 보던 거부터 다시 보여줘야겠다. 크다야, 다시 네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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