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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May 23. 2022

"그래, 제발 너가 만들어라"

'내가 만들자'라고 했잖아

문득 서점에 가고 싶었다. 한 번씩 그런 날이 있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차가 편하지만 다시 주차하기 힘든 일요일 오후였다.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차례로 잠들었다. 시간도 보지 않고 출발했던 탓이었다. 피곤하기도 했겠다. 낮잠을 안 잤으니까.


엄마가 한 눈 판 사이 아이들은 치열하게 고민해서 입맛대로 하나씩 골라 잡았다. 밖에 나오면 두 개 이상은 사지 않아 애들은 항상 고민을 많이 한다. 물론 다 사 줄 수는 있지만 허락하지 않는 편이다.


오늘의 선택은 <내가 만들자 바다 탐험대 옥토넛: 옥토포드와 대원들> <시크릿 쥬쥬 종이인형 보석 스티커 놀이>였다. 스티커가 신나게 돌아다니겠 싶긴 했는데 '내가 만들자'의 주인공이 엄마 아빠가 될 줄이야. 오롯이 우리를 위한 만들기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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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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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작복작 남편의 저녁 준비가 끝났는지도 몰랐다. 남편한테 만들기를 넘길 생각도 없이 그저 내가 다 만들어야겠단 생각과 의지로 불타올랐다.


아이가 주문하는 순서대로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그사이 보채지 않는 아이가 고마웠다.


저녁 먹고 가지고 놀다 보니 소등 시간이 되었다. 누웠다가 거실로 다시 나왔다. 사진을 찍어야 했다. 금방 망가질게 뻔하니까.


옥토넛 친구들, 부디 잘 버텨주길 바란다.

일부는 이미 망가졌지만 잘 고쳐 쓰고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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