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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May 25. 2022

기저귀 떼기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작다야, 파이팅!

둘째인 작다는 올해 5살이 되었지만 개월 수로는 43개월이다. 어린이집에서도 동생반이 생겼다.


작년 말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기저귀를 언제 뗄 생각인지 물어보셨었다. 당시 아이는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엄마인 나도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올해 초 5세 반 친구들 중에서 기저귀를 한 아이는 작다를 포함해서 모두 2명이었다. 동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는데 얼마 전에 그 친구마저 기저귀와 안녕을 했더란다. 이작다만 남았다.


아이를 데리러 갔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팬티를 입혀보는 게 어떨지 내게 물어보셨었다. 작다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혹시나 그런 상황에서 실수를 하면 아이가 더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뒤로 전보다 더 자주, 여러 번, 집에서 팬티를 입어보자고 얘기도 하고 변기에서 쉬도 해보자고 얘기도 했지만 아이는 불편하다며 배시시 웃고는 금세 기저귀로 바꿔 입기 일쑤였 변기에 앉기는 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며칠 전에 남편이 어린이집에 상담을 다녀왔다. 울고 떼쓰는 일이 많아서 선생님이 생각보다 애를 좀 먹고 계시는 눈치라고 했다. 덧붙여 앞으로는 팬티를 입혀서 생활을 해볼까 하는데 동의하시면 어린이집으로 팬티를 보내달라고 하셨다고 했다.


남편은 선생님과 생각이 같아 보였다. 걱정되지만 주양육자 중에 두 명이 같은 생각이라서 따르기로 했다. 어린이집에서도 아이의 의사를 충-분히 물어봐 주실 거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도 잘 대처해 주실 거라는 믿었다. 보통어린이집에 이견 없이 잘 따르는 편이지만 이번엔 아이 걱정이 많이 앞서서 우려를 표 거였다.


그렇게 본격 기저귀 떼기 퀘스트에 들어섰다.

첫날은 바지에 쉬를 하고는'쉬가 샜다'며 아이가 선생님에게 와서 얘기했다고 한다. 속상해하고 창피해했지만 그래도 잘 달래주셨으니 집에서도 아이와 얘기 나눠달라고 하셨다.


세 번째 날인 오늘은 쉬를 하지 않아서 화장실로 데려가 보니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고 했다. 선생님이 간지럼을 살짝 태우니 힘이 빠지면서 '쉬가 나왔다'며 좋아하고 즐거워했단다.


아이가 속상해했다는 말에 덩달아 속상해서 눈물이 찔끔 났고 아이가 좋아했다는 말에 속없이 좋았다. 오늘은 집에 가서 칭찬 많이 해줘야겠다.


작다야,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어!

해맑게 웃어주는 너가 좋다.



+

퇴근하고 작다에게 변기에서 쉬했냐고 물어보면서 궁디팡팡을 마구마구 해주었다. 하원해주시는 이모님이 어린이집에서 쉬했냐고 물어보시더니 집에 와서도 한 번 했다고 하셨다. 씻고 나와서도 팬티 입겠다고 했다면서.


아? 그러고 보니 작다가 기저귀가 아닌 팬티를 입고 있었다. 궁디팡팡을 하면서도 전혀 몰랐다. 스스로 칭찬에 취했는지도 모르겠다.


"기저귀가 편하지만 팬티가 더 편해요."

스스로도 뿌듯한지 이렇게 말해주는 작다다.



+

이모님이 퇴근하신 뒤에 "팬티 불편해요."라면서 작다는 다시 기저귀로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공룡으로 갈아입을 거예요." 하면서 공룡이 그려진 옷도 꺼내서 갈아입는다.


작다는 자기 전에 보통 두세 번 옷을 갈아입는다.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이 그려진 옷을 찾기도 하고 옷이 젖어서 불편하다며 갈아입기도 한다. 오늘은 아니려나 했는데 예외는 없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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