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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n 06. 2022

돈까스 인생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하긴. 아직까지 돈까스랑 짜장면만큼 만만한 메뉴가 없기는 하지. 어쨌든 오늘도 돈까스구나.


글을 읽을 줄 아는 크다는 혼자서 메뉴판을 보더니 빠네 크림 스파게티를 먹겠단다. 이제 뭘 좀 먹을 줄 아는 꼬마 아가씨가 된 듯한 느낌이다.


"왕돈까스!"

손으론 경양식 돈까스 사진을 가리키며 작다가 말했다. 얘야, 왕돈까스는 그 옆에 있단다. 어쨌든 사진이 정확하니 경양식 돈까스로 결정한다. 편이 사전 예고한 덕분에 오래 걸리는 나도 미리 정한 대로 쫄면 돈까스로 한다.


순탄하게 메뉴가 결정되었으나 그사이에 잠이 온 작다는 음식이 나오니 투정을 부리기 시작한다.

"말로 하자, 말로."

제발 말로 표현해달라고 여러 번 당부를 하지만 작다는 아직 말보다는 기분이 앞선다. 괜찮다 하자. 삼십 년 넘게 살았는데 나도 그럴 때가 많니까.


한참을 안고 있어서 기분이 풀렸는지 주는 대로 곧잘 받아먹는다. 뭐라도 먹었으니 됐다. 잘했다. 오늘도 돈까스 인생이지만 엄만 너희를 사랑해.


... 그래도 당분간 돈까스는 사양하고 싶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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