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쓰담 Jun 12. 2022

삼고초려 얼룩말

서울랜드 야간개장에 급 가게 됐다. 도착하자마자 지난번에 놀지 못했던 즈랜드로 곧장 향했다. 예약자만 받는 시간대였다. 예약도 이미 풀이었다. 한 수 배웠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기다려야 했다.


회전목마는 지나칠 수가 없다. 줄이 길지 않아 바로 탈 수 있었다. 작다가 얼룩말을 타고 싶다고 했다. 회전목마에 얼룩말이 있나 싶었지만 찾아보기로 했다. 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얼룩말은 한 마리다. 얼룩말 타기에 실패했다. 작다가 좋아하는 초록색 말에 올라탔다. 작다는 신나 하면서도 계속 얼룩말 얘기를 다. 회전목마를 다시 타기로 한다.



두 번째도 실패다. 어떤 오빠야가 이미 선점했다. 아쉬운 대로 얼룩말 앞에라도 있는 다른 초록말에 탔다. 작다는 계속 얼룩말을 타고 싶었다고 말했다. 징징거리거나 떼 부리지 않고 쉬운 마음을 계속 얘기하는 작다가 예쁘고 기특했다.

'그래, 엄마가 얼룩말 꼭 태워줄게.'


세 번째 도전이다. 앞에 이미 사람들이 좀 있었다. 들어가는 순서가 되어 직원 분께 양해를 구했다. 여기서 기다렸다가 첫 번째로 들어가도 되겠냐고. 흔쾌히 된다고 하셔서 뒤에 신 분들을 보냈다. 자리가 남아서 다른 직원분이 들어오라고 하시길래 얼룩말을 너무 타고 싶어 해서 다음번에 타겠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렸다. 두근거린다.


회전목마가 돈다. 작다가 얼룩말을 열심히 찾는다. 보일 때마다 "저기 있다!"를 외친다. 신나 보인다. 얼룩말 위치를 확보해야 했다. 팡질팡하면 놓칠 수도 있다. 입장 서가 확보되었어도 안심기는 이르다. 작다가 기대하고 있다. 실패는 없다.


얼룩말이 있는 줄의 말들을 셌다. 열여섯 마리다. 회전목마를 타러 들어가면서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미리 정해야 했다. 아이의 말 놓치지 않고 반응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놓칠세라 끊임없이 수를 세고 있었다. 나, 둘, 셋, 넷, ...... .



회전목마가 멈췄다.

좋았어. 왼쪽이다. 뛴다. 탔다.


"얼룩말 타고 싶었어"

"날 수 있게 도와준대"

작다가 몇 번을 얘기했다. 눈에 웃음이 가득하다.


"나 날고 이써"

회전목마가 도는 내내 아이가 말한다. 기분이 좋은 아이는 엄마랑 사진도 같이 찍어준다. 직전까지는 사진 찍지 말라며 얼굴을 열심히 가리던 작다였다.



"얼룩말아 내일 또 보자" (응?)

"얼룩말아 다음에 또 보자"

얼룩말에게 인사까지도 진심이다.


"얼룩말은 다은이를 보고 싶었지"

키즈랜드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여운이 남았나.

아이가 신이 난 모습에 마음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걸이가 없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