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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n 15. 2022

제발 혼자 가게 해주세요!

셔틀 타는 무례한 사람들

셔틀에서는 혼자 앉는 게 좋다. 코시국에 이제는 제법 당연해졌지만 생각보다 당연하지 않을 때도 많다. 셔틀이라 그렇다. 셔틀이라서.


옆 자리에 보통 가방을 둔다. 아무도 없으니까. 그러면 가방을 둔 자리에 앉겠다는 사람이 생긴다. 자리가 없거나 남자 옆보다는 여자 옆이 낫거나.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표현과 방식이 틀렸다. 한참 잘못됐다. 몹시 불쾌하고 짜증 난다.



'여기에 앉을 테니 가방을 치워라'

이런 뉘앙스로 말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 보통은 실례한다거나 여기 앉아도 되냐고 얘기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어이가 없었지만 앉으겠다니 가방을 치워는 드렸다.


도착지에 다 와서 내릴 준비를 하는데 옆 사람이 슬쩍 다리만 비키는 듯 꿈틀댔다. 대체 공간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지나가라는 거지? 알 수 없었다.


"비켜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이 말이 기분 나빴던 걸까. 그 사람이 아무렇게나 풀어버린 주먹만 한 벨트가 내 골반을 탁 쳐버렸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않고 앞자리에 가서 털썩 앉아 버렸다. 대체 무슨 상황인 건가.


"끝까지 예의 없는 #×₩÷×@"

내리면서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꺼내어 말했다. 참고로 나는 평소 욕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한 사람 역시 '가방 치워줘'라는 식으로 손가락만 허공에 휘저었다. 뭐라 말은 했지만 분명 존대는 아니었다. 이번엔 통로에 앉아야겠다 싶어 자리를 옮기고는 다리만 옆으로 비켜줄까 하다가 결국 일어났다. 무례하게 얘기를 한 사람한테 대체 이렇게까지 비켜줄 건 또 뭐람. 그저 무례한 사람과 닿기 싫었던 걸로 하자. 생각하니 또 짜증이 난다.



자리마다 붙어있는 <슬기로운 '통근생활'>에는 마스크 착용, 안전벨트 착용, 옆자리 배려 등이 적혀 있다. 이봐요, 나만 배려하면 합니까.




셔틀을 안 탈 순 없고 타는 동안 한 번씩 무례한 사람들이 나타나고 환장할 노릇이다. 당분간은 셔틀을 타면 조용히 눈을 감기로 했다. 옆 자리에 앉겠다며 무례한 사람이 출현하지 않길 바라면서.




제발, 혼자 가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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