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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n 17. 2022

금요일 아주 긴 회의가 끝났다

지난주 회의는 무척이나 길었다. 회의 말미에는 고성이 오갔다. 분위기가 매우 험악했다. 의견을 전달만 했는데 담당자가 화를 냈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성을 내는 타입이다. 이미 몇 번 그랬다.


늘은 그 팀과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다. 걱정이 앞섰다. 그 와중에 메뉴는 궁금했다. 그러다가도 먹다가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찮으려나.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걱정이 무색하게 그 팀에서는 딱 한 분만 오셨다. 당사자는 오지 않았다. 단출하게 점심을 먹었다.

어떻게 앉아야 하나, 점심을 먹으면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혼자 생각도 했었다. 쓸데없었다.


어색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사적인 얘기를 나누며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졌다. 지난 이야기도 서서히 오갔다. 본판 회의 전에 조율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찌 됐든 오늘 고성만은 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드디어 오후 회의가 시작됐다. 지난회의 내용다시 짚 동안 분위기가 참 묘했다. 전혀 다른 이야기면서도 마찬가지였. 집중하자, 집중해. 세 시간 가까이 달리고 나서야 겨우 마무리됐다. 그래, 이 정도면 지난주보다는 양호하다. 잘했다.


회의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회의록이 내 몫이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나고 퇴근 시간까지는 10분. 정시에 퇴근하려면 달려야 한다. 키보드 위에서 날아보자. 손가락아 달려라. 달려라, 박채김!



이유야 뭐가 됐든 언성을 높여 죄송하다고 하셨다. 서로 잘해보자는 거였고 괜찮다며 다시 잘해보자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목례로 말을 대신했다. 할 말도 없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언행을 사과하고 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감정이 상하지는 않았는데 표현하는 방법을 조금만 달리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이런 의사표현은 너무 소모적이다. 일이 잘 되게 하면 되는 거다. 한 회사에서 한솥밥 먹는 사람들끼리 얼굴 붉힐 일이 뭐가 있을까.


누구보다도 완성도 있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이 앞서는 분이다. 그래서 불안해지면 화를 내시는 것 같. 다음엔 유머로 넘길 수 있게 말을 준비해놔야겠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어쨌든 풀렸고 주말이 왔다. 오예!

지하철 환승역을 놓친 박채김은 오늘도 시간을 허투루 써버렸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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