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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n 23. 2022

출근길에 구급차 탄 소동

셔틀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아득해지면서 어지러웠다. 울렁거렸다. 서있기가 힘들었다. 앉으면 괜찮아질까 싶었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셔틀이 오기 전까지 고작 3분이었는데 너무 길게 느껴졌다. 어떻게 탔는지 어떻게 자리에 앉았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증상은 셔틀을 타고 가는 내내 계속됐다. 도착했다. 셔틀에서 겨우 내렸다. 비틀거리며 걷다가 안 되겠어서 길가에 앉았다. 남편과 통화를 마치고 119를 불렀다.


"도착 800m 전이니까 보이면 손 흔들어 주세요."

일어날 힘도, 손 흔들 힘도 없었다. 눈물이 났다. 두리번거리는데 사거리에서 구급차가 지나간다. 그 사거리에 있다고 전화를 걸어 말했다. 겨우 몸을 일으켜 가드에 기댔다. 구급차가 다시 돌아왔다.


"가까운 병원으로 모실게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안도는 되었지만 눈물은 계속이었다. 언제부터 증상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지병이 있는지 월경하진 않는지 등을 물어보셨다. 멀지 않아 도착했다. 접수를 하고 응급실에 데려다주시고는 구급대원분들이 가다.


의사 선생님이 증상을 물어본다. 더듬더듬 대답을 이어간다. 피검사 하고 MRI를 찍었다. 보호자는 없지만 병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했다. 수액을 맞으며 기다리니 결과가 나왔다. 검사 결과 이상은 없었다. 머리는 이상이 없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수납을 하고 약을 받고 나니 남편이 도착했다. 등원하고 정신없이 온 것 같았다. 출근은 어쩌고 왔냐니까 반반차를 썼다고 했다. 뭐든 먹여야겠다 싶었는지 이거 먹을래 저거 먹을래 계속 물어본다. 안쓰러웠나. 수박주스를 물어봤을 때는 아주 잠시 멈칫했다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지하철을 갈아 태워주고는 그제야 남편은 근을 하러 갔다. 출발할 때까지 발걸음을 못 떼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기다려 준 것이지만 표정이 어둡다. 애써 웃어본다. 걱정하지 말라고.



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고 이비인후과로 갔다. 전에 이명이 있을 때마다 검사를 받아왔던 병원이라서 생각이 났다. 원인을 찾고 싶었고 알고 싶었다. 증상에 대해 설명했고 병원에 다녀온 것도 얘기했다. 어지럼증 검사를 받았다. 이상은 없었다.


아침에 먹은 통증의학과 약에 휘둘렸을 가능성이 지금은 가장 높다고 했다. 등이 아파서 받아왔었다.

약효는 높지만 사람에 따라 이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비인후과 원장님(男)도 전에 그랬던 적이 있어서 먹지 않는다고 했다. 약효가 떨어지면서 증상은 완화될 것인데 혹시나 어지럽다면 오늘 병원에서 처방한 약 중에서 보나링에이만 반 알만 먹으라고 하셨다.


하루가 지난 지금은 컨디션만 떨어져 있고 증상이 나아졌다. 통증의학과 약에 휘둘린 게 맞나 보다. 어떤 약을 얘기해주셨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에이셋세미서방정인가, 카발린캡슐?



오늘은 재택근무를 했다. 스트레스 받아서 아픈가 우려하던 팀장님의 배려였다. 분에 하루는 먼 길 출퇴근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남편은 하필 오늘이 아니라 내일 재택이란다. 내일도 재택 하고 싶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제 다 나았나 보다.


금요일 같은 목요일을 보낸 하루는 그동안 먹고 싶었던 골뱅이 쫄면으로 마무리했다. 건강하게 오래 다녀야 한다며 집에서 편하게 시켜 묵으라는 말과 함께 배민 상품권이 왔다. 애끼고 애꼈다가 이른 저녁에 골뱅이 쫄면을 먹었다. 맛있다.


언니 曰, "으랏차차, 힘내어 정년 가즈아"

가봅시다. 정년까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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