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조감도 #1
구름 사이로
높이 솟은 불빛이
공중에 떠있는 인간을
마중 나온다
빛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인간은 잠깐 동안의
겸손을 느낀다
우리에게 공간감과
입체감을 선사하던 공간은
평면이 되어 멀어진다
조감도 #2
멀리서 본 대지는
어둠과 빛으로 형성된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모든 불빛은 스스로 높아진
인간의 위상을 대변한다
자신이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
자부하던 인간은 새의 시선에서
서로 같은 높이의 평면이 된다
조감도 #3
인간은 하늘 위에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하늘을 바라보다 잠이 든다
인간은 자신의 손으로
우주를 만들어 내는 꿈을 꾼다
잠에서 깬 인간의 발은
대지를 향한다
조감도 #4
발이 땅에 닿은 인간은
잠깐 동안의 겸손마저 잊는다
인간은 다시금 스스로 빛이 되어
어둠이 필요한 대지의 허파를 찌른다
더 이상 찌를 곳이 없어진 인간은
서로를 찌르기 시작한다
인간은 서로의 빛을 막기 위해 벽을 세운다
인간은 서로의 벽에 부딪힌다
조감도 #5
서로의 벽을 넘지 못한 인간의 빛은 하늘을 향한다
하늘의 끝없는 어둠은 인간의 빛이 닿지 못하는
끝없는 벽을 만든다
인간은 어둠 속에서
다시금 잠깐 동안의 겸손을 느낀다
어둠에 갇힌 인간의 미약한 빛을 향해
아주 먼 곳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진다
인간의 빛은 강렬한 빛과 뒤섞이다
점점 자신을 잃고 어둠이 된다
조감도 #6
어둠이 된 인간은
끝없는 공허와 허무 속에서
빛이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손을 뻗는다
빛을 떠올릴수록
어둠은 더욱 깊어진다
인간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