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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Sep 03. 2016

윤종신│2016 월간 윤종신 7월호

작곡가 스스로 변화시킨 평가의 지표

[2016 월간 윤종신 7월호] 윤종신 (Jong Shin Yoon) - Empty City (With 개코) MV


음악가 : 윤종신
음반명 : 2016 월간 윤종신 7월호
발매일 : 2016.7.29.
수록곡
1. Empty City (With 개코)



                                                  

 윤종신의 싱글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이 시작된 지어느덧 7년째이지만, ‘월간’이라는 발매 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음악 평가의 지표를 음악가 스스로가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지요. 음악가가 정규 음반 하나를 발매하게 되면 평가의 기준으로 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수록곡 간의 유기성입니다. 주제, 장르, 수록곡 배치를 통한 완급조절 등 음반이 그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작품이 되고 있는가, 라는 문제죠. 반드시 같은 주제, 같은 스타일의 곡을 담을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1번 트랙에서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다가 2번 트랙에 와서 연인과 돌담길을 거닐며 봄햇살의 따스함을 이야기 한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음반 단위가 아닌 곡 단위로 발매되는 싱글은 이러한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만,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청자들은 ‘A’라는 싱글을 ‘OOO라는 가수의 싱글’이라는 관점에서 보니까요. 즉, 발라드 음악을 해오던 가수 OOO가 갑자기 힙합 싱글 ‘A’를 발매한다면 청자들은 적잖이 당황한다는 뜻입니다. 웬만큼 곡의 수준이 높지 않은 이상 말이죠. 발매 형태보다는 ‘음악가가 누구인가’라는 기준이 음악의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 탓이겠지요.

 ‘월간 윤종신’의 대단한 점은 음반 시대로 넘어오면서 고정되어있다 시피했던 평가 기준을 변화시켰다는 데 있습니다. 발매 형태에 보다 집중하도록 한 것이죠. ‘월간’이라는 형태로 곡을 발매함으로써 지금까지 청자가 익숙해져 있던 음반이나 싱글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인식하게 합니다. 변화된 청자의 인식은 “이거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것 같은데?”라며 기대의 범위를 넓히게 되죠. 앞서 언급한 사례를 다시 가져 오자면, 가수 OOO가 힙합 싱글 ‘A’를 발매하더라도 ‘뜬금포’가 될 여지가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접해본 적 없는 음악 발매 형태이니까요.

 곡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적었던 것 같군요. 음악가 윤종신답게 곡은 일정한 수준은 먹고 들어갑니다. 펑키(Funky)한 베이스가 서두를 열고 브라스가 그 길을 장식해갑니다. 랩과 보컬 사이 어디쯤 있는 듯한 윤종신의 보컬은 강력한 한 방보다는 어깨를 살짝 흔들 정도의 흥겨움 만을 가지고 갑니다. 이어지는 개코의 랩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일겁니다. 곡이 끝날 때까지 이러한 기조를 유지한 채 윤종신과 개코는 적당히 공수(攻守)를 주고 받으며 노래를 이어갑니다. 커다란 변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만큼의 듣는 재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윤종신이 보컬리스트보다는 작곡가로서 곡에 참여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보컬로서 욕심을 부려 곡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개코라는 걸출한 지원군을 적극 활용해 큰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이죠. 이렇듯 음악적으로나,  음악 외적으로나 연신 감탄하게 만드는 윤종신이니 믿고 듣지 않을 수가 없네요.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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