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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Sep 03. 2016

현아│A'wesome

위태위태한 그의 홀로서기

HyunA(현아) - '어때? (How's this?)' Official Music Video


음악가 : 현아(HyunA)
음반명 : A'wesome
발매일 : 2016.8.1.
수록곡
 1. U&ME♡
 2. 어때?
 3. Do It!
 4. 나팔꽃(Feat. 김아일)
 5. 꼬리쳐
 6. Wolf(Feat. 한해)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라고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대중은 단순히 유용한 물건이 아니라 유용함과 동시에 소비 주체인 자신의 품격까지 높여줄 수 있는 그런 상품을 선택합니다.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의 자리를 4000원짜리 전문점 커피가 대신하게 된 건 그런 맥락일 테지요. 음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청자들은 자신이 관심을 갖는 음악가가 음악 외적 영역에서도 빼어난 재능을 갖길 바랍니다. 패션 감각이 남다르거나, 사회 문제 전반에 관심이 많거나 하는 등의 것들 말이죠. 즉 음악뿐 아니라 음악가가 주는 대외적 이미지가 청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아는 상당히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해왔습니다. 그가 밀어붙이고 있는 섹시 콘셉트란 것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죠. '뜨지를 못하니 헐벗고 나오네'라는 천박한 조롱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지금까지는 비교적 잘 해왔습니다. 섹시함을 살아남기 위한 상업적 전략이 아닌 현아라는 가수의 정체성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니, 실제로 성공했죠. 그런데 이번만큼은 그 이미지의 성공이 독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음악은 없고 이미지만 남아버렸거든요. <A'wesome>이 실패한 음반인 이유입니다.

 시작은 나쁘지 않습니다. 서두를 여는 곡 'U&ME♡'는 명확한 기승전결 구조를 갖고 있으며 선율 또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곡의 말미에 가창이나 선율의 변화를 주어서 듣는 재미를 더하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했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됩니다. 타이틀곡인 '어때?'는 최근 힙합 음악의 부상(浮上)을 의식한 듯 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물리적인 시간만을 놓고 본다면 작년의 '잘나가서 그래'가 더 높습니다만, 완성도에 있어서는 '어때?' 쪽이 약간이나마 나아졌습니다. 40초 즈음에 시작되는 '현아표 본격 래핑'이 오래 지나지 않아 끝나는 까닭입니다. 현아에게 어울리는 것은 완전한 랩보다는 가창과 랩, 그 중간 지점이라는 것을 이번에는 잊지 않았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가창과 랩, 그 중간 지점('빨개요'를 생각하시면 확 이해가 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러한 창법이 현아의 이미지와 맞물려 좋은 시너지를 낳았을지 몰라도, <A'wesome>에서는 그것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나팔꽃(Feat. 김아일)'로 대표되는 음반의 새로운 시도 때문입니다. 현아의 힘 빠진 여리여리한 가창이 곡이 지닌 그루브 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한 스타일의 곡이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현아의 한계만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어버렸습니다. 차라리 작곡가인 선우정아 본인이 노래를 하고 현아가 랩을 맡았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어지는 '꼬리쳐'는 왜 수록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음반의 흐름에 영 맞지 않거든요. 앞에서 '나팔꽃(Feat. 김아일)' 같은 곡을 보여주고 다시 이런 강한 곡이라니요. 이미 앞선 트랙 '어때?'와 'Do It!'에서 다 보여줬던 것이 아닌가요? 현아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결국 이런 이미지뿐이라며 스스로 한계를 인정한 것이라면 곡 배치가 이해는 갑니다. 슬픈 현실이만 말이죠. 그리고 그 슬픈 현실은 'Wolf(Feat. 한해)'를 더욱 민망하게 합니다. 곡을 진행해 가는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나팔꽃(Feat. 김아일)'과 마찬가지로 가창이 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게다가 '꼬리쳐'가 어지럽힌 음반의 흐름에도 맞지 않죠. 결국 찝찝함만을 남긴 채 음반은 마무리됩니다..

 아무리 이미지가 음악의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었다곤 하지만, 결국 그들이 내놓은 상품은 '음악'입니다. 곡이 별로라면 본말전도 밖에 안 되는 셈이죠. <A'wesome>이 딱 그렇습니다. 그동안 간신히 잡혀있던 음악과 이미지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섹스어필이라는 정체성은 상업적 전략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또한 새롭게 시도한 음악적 영역의 확장은 가창의 한계라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죠. 차라리 그룹이었다면 곡에 활력을 불어넣는 감초 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유감입니다. 포미닛의 해체 이후 온전한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금, 현아의 첫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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