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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Sep 03. 2016

허밍어반스테레오 & Banjax│ Wonder Man

시대착오적 발상이 부른 실패

HUS X Ban:)ax - Wonder Man (Official Audio)


음악가 : 허밍어반스테레오(HUS) & Banjax(벤젝스)
음반명 : Wonder Man
발매일 : 2016.8.1.
수록곡
 1. Wonder Man
 2. Real

                                                 



 벤 삼촌은 말씀하셨죠. "피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단다." 음악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가가 다채로운 창작 세계를 펼쳐내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용자(음악의 경우에는 청자)를 상정한 예술이라면 받아들이는 입장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것은 폭력에 불과하니까요. 음악가라는 타이틀의 비호를 받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았다면 주관적 의견이라 할 지라도 (음악적 언어를 이용한) 설득의 과정을 통해 차분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의견이 개인의 정서이건, 사회 현상에 대한 의견 피력이건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Wonder Man>의 화자는 대단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비대한 남성기를 소재로 삼은 'Real'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동명의 타이틀곡 'Wonder Man'은 심각합니다. 사랑에 빠져 첫 잠자리를 갖게 된 애인이 알고 보니 비수술 트랜스젠더였다는 사연을 담고 있는 이 곡은 진지한 선율과 당혹스러운 화자의 상황이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모순이 포인트입니다. 분명 그것을 노리고 만들었을 테죠.

 문제는 노래의 핵심 소재인 성소수자,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요 근래 민감한 사회 이슈로 대두되었다는 점입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 사용된 동성애 코드를 보면서 한 번이라도 웃어본 적이 있나요? 그 때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뭐야, 저거. 이상해." 이런 생각을 하며 웃고 있지 않았나요? 여러분의 웃음은 '동성애 = 있을 수 없는 일 혹은 이상한 일'로 여기는 사고 방식에 기인한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면 웃을 리가 없겠죠.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성이라는 흐름이 성정체성의 문제까지 확대되면서 '이상한 것'은 더 이상 이상한 것이 아니게 되었죠. 때문에 비수술 트랜스젠더와의 하룻밤을 단순히 '해프닝', '어처구니 없는 일' 정도로 치부하고 희화화하려는 화자의 시선은 몹시 시대착오적입니다.

 음악가들이 무조건 성정체성 문제를 다양성과 결부시켜 노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성소수자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그 신념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만). 하지만 성소수자라는 대상이 더 이상 농담 따먹기 소재로 삼을 만한 가벼운 대상이 아니란 것을 놓쳤다는 점은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거기다 이는 초반부 가사의 '가방 사줄게', 'Girlish한 너의 취향', '천상 여자' 등 여성성을 자신의 기준에서 제단하는 듯한 표현과 맞물려 부정적 시너지가 극대화됩니다. 총체적 난국이지요.

 어떤 분은 음악 리뷰는 안 하고 성소수자 이야기만 잔뜩 한다고 불만을 가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음악가 본인이 사회적 이슈를 음악의 영역 안으로 끌고 온 만큼, 음악과 결부시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작품의 핵심 전략이라면 말할 것도 없죠. <Wonder Man>이 혹평 받아 마땅한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10년 전에 발표되었다면 모르겠지만, 글쎄요. 지금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곱게 받아 넘길 수 없는 음악입니다.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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