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저나무 Sep 03. 2016

로바이페퍼스│파란방

겹겹이 쌓아올린 그들의 '파란방'

160730 로바이페퍼스(Raw by peppers) - 파란방 / 스틸페이스


음악가 : RAW BY PEPPERS(로 바이 페퍼스)
음반명 : 파란방
발매일 : 2016.8.1.
수록곡
1. 파란방



                                                 

 씨잼?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음악이 있고 그 장르도 천차만별이지만, 좋은 음악을 듣게 됐을 때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소리가 비지 않는다'라는 것이죠. 반대로 말하면 무엇인가로 꽉 차 있다는 뜻인데, 사실 무엇으로 꽉 찼는지는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악보 상의 음표가 쉼 없이 음악의 재생 시간을 채우기도 하지만, 일부 포크 음악이나 재즈,뉴에이지를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죠. 음표보다는 쉼표가 있기에 아름다운 음악 또한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빈틈 없이 소리를 가득 채우는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RAW BY PEPPERS의 음악을 듣게 되면 알 것도 같습니다.

 처음 '파란방'을 듣게 되면 적잖이 당황하게 될 겁니다. 밴드가 나오지를 않거든요. 인트로이겠거니 생각했던 기타와 보컬의 등장 이후 절반이 지나갈 때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3분이 지나서야 드럼과 베이스가 합류하며 본격적인 악기 사이의 기 싸움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3분에 다다르기까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풀 밴드 연주가 등장하는 후반부가 기타와 보컬이 주도하는 전반부의 연장선 정도로 느껴집니다. 단순히 전반부의 선율이 후반부에 반복되기 때문이 아닙니다. 3분이라는 시간 동안 기타와 보컬이 소리의 층을 단단히 쌓아올린 덕분입니다.

 층의 설계에 쓰인 방법은 3가지입니다. 첫째, 공간감을 잔뜩 머금은 기타 톤. 소리의 울림을 증폭시켜주는 리버브(Reverb), 동일한 신호를 반복해서 내보내 메아리 같은 효과를 내주는 딜레이(Delay) 등 다채로운 기타 이펙터의 활용이 음악의 질감을 형성합니다. 둘째, 완급조절이 뛰어난 기타 연주입니다. 진행에 따라 빠른 곳은 빠르게, 느린 곳은 느리게, 다채로운 연주로 곡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지요. 느끼지 못하셨다면 다시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1절과 2절만 하더라도 큰 차이를 보이니까요. 뛰어난 완급 조절 덕분이 뒤를 받쳐주는 리듬 악기가 없더라도 허전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미 기타 자체로 완전체이기 때문이죠. 마지막은 바로 보컬입니다. 공간감을 머금은 몽환적 기타와는 달리 보컬의 톤은 선명하고 투박합니다. 선율 또한 매우 직선적이죠. 서로 상반되는 보컬과 기타가 만나 빚어내는 긴장이 층을 쌓아 듣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단촐한 구성의 3인조가 그들만의 '파란방'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공간감이 빚어내는 '아우라(Aura)' 때문입니다. 비슷한 용어로는 '카리스마'가 있겠지요. 일견 허세처럼 허세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절대 허상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바로 그 증인이니까요. 분명 4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분도 느끼셨을 겁니다. 마치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말이죠. 어느 포털의 소개 문구처럼 '우주를 연주하는 히치하이커'란 RAW BY PEPPERS만을 위한 수식어 같습니다.

4.0/5.0

매거진의 이전글 허밍어반스테레오 & Banjax│ Wonder Ma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